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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로그라인

봄학기 대학 기숙사 이사

by 로그라인 2023. 2. 25.

봄학기를 맞아 아들의 대학 기숙사 이사를 해주고 왔다. 겨울 방학 기숙사를 이사할 때 추운 날씨에 아들 혼자 짐수레로 이사를 하느라 꽤 고생을 했었다. 이번에는 아내도 동행을 할 수 있어서 셋이서 했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연구실 미팅이 오후 4시쯤 끝난다길래 넉넉하게 3시쯤 도착해서 캠퍼스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오후 햇살에 봄기운이 묻어났고 한 시간쯤 걸었더니 땀이 약간 났다.

오리연못
오리연못

오리 연못가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보였다. 맑은 하늘에 햇빛이 따사로웠다. 아내는 부지런하게도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에 도서관 매점에서 기념품 가방을 사 왔다.

4시 30분쯤 아들이 나왔다. "교수님과 논쟁을 하느라 늦었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저도 오늘 내려갈 수 있어요. 낼모레 일정은 줌으로 하는 거라 집에서 들으면 돼요."라고 덧붙였다.

남학생들의 기숙사란

이사만 해주고 아내와 나는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아들도 집에 오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기숙사 짐을 차에 실었더니 트렁크에 가득 차서 뒷좌석에도 빽빽하게 싣고 1.5킬로미터 떨어진 기숙사로 이동했다.

1년 내내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도 많은데 왜 학기마다 기숙사를 이동하는 시스템으로 기숙사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막연히 아이들이 청소를 안 하니까 청소 용역을 하기 위해서 기숙사를 일제히 이동하게 하는가 보다 했었다.

그런데 오늘, 봄학기 기숙사 방에 들어갔을 때 입이 떡 벌어졌다. 사람이 살았던 방이라고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은 어질러져 있어고 세면대도 엉망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급한 대로 옷 수납장을 닦고 바닥을 닦았다.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는 토할 뻔했다. 그간 아들의 고등학교 기숙사, 대학 기숙사를 여러 차례 이사를 했었지만 이런 기숙사 방은 없었다. 도대체 걔들은 어떻게 이렇게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인성이 이렇는데, 그 어려운 공부를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전우치의 무당 할머니의 대사가 절로 떠올랐다. "백날 도 닦으면 뭐 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요괴인 화담이 백날 도를 닦아봤자 세상을 어지러힐 뿐이지 뭐 하겠느냐는 말이다. 영화 전우치의 최고의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어느새 땅거미가 졌다. 유성구 의회 옆 정육식당에서 허기를 채웠다. 저녁을 먹는 내내 아들은 지도교수님에게 너무 무례하지나 않았는지 걱정했다. 너무 흥분했던 탓에 어떤 말들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논리를 두고 다툰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나도 걱정이 되긴 했다. 박사생도 아니고 석사생도 아닌, 학부생이 감히 지도 교수님과 논쟁을 하다니 싶었다. ㅠ

오는 길에 금강휴게소에서 '오늘부터 1일' 포트존에서 아내와 아들이 셀카를 찍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리와 거위를 보지 못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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