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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의 꽃,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URP

by 로그라인 2022. 8. 2.

대학 생활하면 흔히 낭만을 떠올린다. 낭만 하면, 공부도 하면서 연애도 열심히 하는 뭐 그런 거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활은 유난히 각박해진 것 같다. 사상 유례없는 청년 취업난과 비싼 등록금으로 청년들은 암울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래도 대학 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란?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은 교육부와 한국 과학창의재단이 시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학 이공계 분야 학부생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과학기술분야 연구과제를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잠재적 과학기술 연구자로서의 연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 프로그램이다.

한국 과학창의재단은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를 2009년부터 시행하여 매년 전국 대학 연구팀에서 응모를 받아 서류 심사를 거쳐 100여 개 과제를 선정하여 현재까지 총 1,587건의 연구과제를 지원했고, 6개월간의 연구 수행 기간 중에 중간발표와 최종 보고서를 심사하여 우수과제를 선정해 왔다. 우수과제에 선정되면 인센티브도 빵빵하다.

아쉽게도 한국 과학창의재단의 URP는 2021년으로 사업이 종료되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유사한 사업을 하는 곳도 많다. 예컨대 연구 동아리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눔의 국가는 왜 좋은 제도는 조기 종료하는지 모르겠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 의미

URP는 학부과정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연구를 지도교수와 함께 수행해 봄으로써 학부과정에서 배운 전공 지식이 어떻게 연구에 활용되고 응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하여 URP는 전공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흥미와 성취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는 학부과정에서 전공지식을 심화하는 중간 단계이자, 지도교수의 지도 아래 석사과정에서 배워야 할 이론적인 지식이나 실험적인 노하우를 미리 경험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URP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과연 주도적인 연구자로서 적성이 있는지도 미리 탐색해 볼 수 있다.

꼭 석사과정 진학이 아니더라도, URP나 연구 동아리 하나쯤은 거쳐야 그래도 대학 생활에서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학부과정에서 배우는 전공지식은 지식이랄 것도 없다. 그러니 최소한 이런 거라도 하나쯤 해야 대학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아들의 URP

여름 방학을 하고 한 달 넘게 내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웹소설을 보던 아들이 오늘 기숙사에 갔다. 한국 과학창의재단의 URP는 아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하는 URP 비스무리한 것이 있었나 보다. 사실, URP는 학생들이 연구주제를 잡고 교수를 섭외해야 한다.

그런데, 아들은 교수 님이 이런 게 있으니 한 번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도 지금까지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다나. 대학 4년을 눈 감고 보낸 것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 한 학기라도 연구다운 연구를 경험해본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실의 짐꾸러미

그래서 기숙사 준비물 체크리스트에 따라 짐을 꾸렸다. 짐을 우체국 택배 박스에 넣었지만 정작 택배 기사는 내가 되었다.  엉성한 남자 둘이서 짐을 챙기다 보니 중구난방이다. 

캐리어에는 옷가지들을 넣고 박스에는 이불을 넣었다. 뭔 놈의 책은 그렇게 많은지 책가방과 캐리어가 무거웠다. 아들아, 이제 그만 추리소설이나 SF 소설책은 좀 버리자.

기숙사로 이동한 짐꾸러미

아점을 먹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출발해 오후 4시 30분에 기숙사에 도착했다. 우리 집 거실에서 기숙사까지 짐꾸러미를 위치 이동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이제 체력적으로 힘이 듬을 어쩔 수 없이 느낀다.

그래도, 택배로 붙일까라는 말은 안 나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 온 일인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한 달 동안이지만 계절 학기에 머물 기숙사는 다행히 2인실이었지만, 1인실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숙사 전경
아들의 기숙사 전경

기숙사 앞 전경이다. 아마도 아들은 한 달 동안 아침마다 이 풍경을 보며 기숙사를 나서게 될 것이다. 부자,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고 기숙사 앞에서 작별을 했다. 여름방학 동안 둘이서만 늘 붙어 있었던 지라 작별의 정이 각별했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헤어지면서 아들이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했다. 착해 빠진 아들은 아빠가 담배 피우러 갈 때도 안녕히 다녀오세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안녕히 다녀오세요, 시장을 보러 갈 때도 안녕히 다녀오세요, 야간 산책을 나갈 때도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빠가 현관을 나서기만 하면 "안녕히 다녀오세요." 했다. 

그 말이 입에 붙어서 아들은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프로이트의 말실수 이론을 빌리면, 아빠가 이대로 집으로 가지 말고 담배 한 대만 피고 다시 기숙사로 왔으면 좋겠다는 무의식의 발현일 수도 있다. 백밀러로 보이던 아들의 눈에 아주 잠깐 이슬이 비친 것 같았으니까.

딸의 고시원
딸의 고시원

딸의 URP

딸은 명칭은 URP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URP보다 더 심화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URP가 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이니, 학부생 대상 연구 프로그램이면 URP라고 그냥 퉁치자.

딸은 오늘 고시원에서 첫 밤을 보낸다고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고 울컥했다. 너무 좁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내가 아빠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딸이 40만 원 짜리도 괜찮다고 했지만 60만 원짜리 고시원을 왜 강권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급 몰려왔다.

아이들 엄마는 아들이 기숙사 짐을 꾸려도, 딸이 고시원에서 첫 밤을 보내도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 회사 일만 주야장천 이야기하는데 얄밉고, 야속했고, 속 상했다.

금강 휴게소 전경
금강 휴게소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피우며 금강 휴게소에 설치된 "오늘부터 1일"이라는 포토 존을 물끄러미 봤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석양이 오는 빛을 얼핏 비추곤 했다. 그래, 딸은 고시원이 오늘부터 1일이고, 아들은 URP 1일이구나. 그리고 난 독거 아빠로서 1일이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들 딸아, 아빠가 미안하긴 한데 너희들 오늘부터 1일이 너희들 인생에서 의미 있는 1일이었기를 아빠는 진심 기도한다. 대전에서 오는 길은 멀었고, 가끔 장대비 같은 태풍 비가 억수 같이 퍼부었다.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운전석 유리창 너머로 내내 너희들 얼굴이 어른거렸다.

밤늦게 불 꺼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수선하게 짐을 챙겨간 텅 빈 아들의 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서는 아들이 쓰던 물컵이 보였다. 냉동고에 아들이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을 봤을 때, 냉장고에 제로 콜라와 아들과 점심 때 먹었던 남겨진 쇠고기 구이를 봤을 때 짠했다. 지금 이 시각, 아들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선연히 들리는 듯하다.

"아빠, 아직도 안 자고 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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