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의 키워드, 기본소득제
EBS 지식채널, 밀레니얼 경제(지식채널 e 제작팀, EBS BOOKS, 2020)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일자리를 조명하며 새로운 복지 모델로 기본소득을 아주 작은 꼭지로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2005년 9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EBS 지식채널은 현재까지 15년 동안 2,500여 편이 방송되고 있는 5분가량의 다큐·교양 프로그램이다. 이 책자는 방송 편에서 압축적으로 소개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을 보다 깊이 있고 풍부하게 다루는 시리즈 책자이다. 키워드별로 간략하게 시대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소득을 말한다. 재산이 많든 적든, 일을 하고 있든 하지 않든, 나이가 많든 적든 따지지 않고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코로나로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한 재난지원금도 크게 보면 기본소득에 해당한다.
기본소득 핵심 세 가지
기본 소득의 세 가지 핵심은 ① 소득이나 재산조사, 즉 자격 심사가 필요 없는 보편성, ② 노동 여부나 일할 의사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무조건성, ③ 가구의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개인적 수급권에 있다.
코로나 때 전 국민 재내 지원금도 이 원칙에 따라 주었고, 고등학교 이하 학생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무상급식도 기본 철학은 기본소득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기본소득제 필요성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혁명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산업혁명에서는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1960년대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공장 노동자들이 실직했고, 2000년대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화이트칼라들이 직장을 잃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기인 현대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전문직들이 먼저 일자리를 읽기 시작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변호사, 의사, 금융업과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 종사자가 그들이다.
무엇보다 청년실업과 노인빈곤 문제는 모두의 경제적 공포를 키우고 있다. EBS 지식채널은 현시대의 가정을 소속감이 없고 인정받지 못하며 정체성이 모호한 공백의 시간, 이름 없는 시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청년 니트(NEET) 족은 늘어나고 있고, 가장은 60세 이후에 은퇴하더라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72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길어지는 취준 기간, 갑작스러운 실직,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인한 장기요양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공백기가 커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각 개인이 그 모든 걸 이겨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국가의 도움이다. 그러라고 세금을 내고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본소득 해외 사례
현재로서는 미국 알래스카 주가 '영구기금 배당(Permanent Fund 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부터 거주기간 1년 이상 주민에게 매년 1천 달러 이상 2,000달러 안팎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사례가 유일하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은 유명한 핀란드 사례를 비롯해 독일, 스코틀랜드, 스페인, 미국, 나미비아 등 전 세계적으로 정책 실험이 진행됐거나(39곳) 진행 중(17곳)에 있다. 스탠퍼드대는 경기도가 시행 중인 청년기본소득도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기본소득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의 미래>의 저자 이원재가 기본소득을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를 월급이 종말을 고하는 시대로 규정하고 인구의 절반이 직장이 없이 살아야 시대에 필요한 것이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기본소득 안내서로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2022)를 펴냈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이재명 후보가 연간 25만 원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대선 결과 의미 해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지엽적인 엉뚱한 사건들로 인하여 기본소득이라는 빅 이슈가 묻혔다는 점이 가장 큰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다시 이슈가 되고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려면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기본소득제에 대한 비판
기본소득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최소한의 자격심사도 없이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린다면 ① 누가 일을 하겠느냐이다. 또 ② 부자에게도 기본 소득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다. 또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뿌리면 ③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알래스카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는 기본소득으로 고용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파트타임 노동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②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을 떠올려보면 된다. 오세훈이는 무상급식으로 시장직을 잃었다. 기본소득으로 대통령직을 잃는 사람도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③에 대해서는 '설계의 문제'가 답을 해준다. 기본소득은 세금을 거둬 국민에게 도로 주는 재정중립적인 정책이다. 하여, 세금폭탄이나 국고가 바닥날 일은 없다.
기본소득 사회적 논의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미래에는 결국 정부가 국민에게 임금을 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고, 마크 저커버그도 2017년 모교인 미국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문제와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제에 주목했다. 미래학자나 세계적 석학들도 앞다투어 기본소득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는, 인류가 이대로 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삼류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 기본소득제 한다고 하면 뒤늦게 뒷북치지 말고 이런 거라도 먼저 시동 걸어서 시도해 봐라. 그러면 국민들이 잘한다고 박수 쳐준다. 맨날 밥그릇 싸움박질만 하지 말고 좀 제대로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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