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화면이 고장 났다. 제품명은 LG LED TV 55 LW9800이다. 작년부터인가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어김없이 화면 반쪽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때마다 TV를 켠 뒤에 조금 뒤 껐다 다시 켜면 화면이 온전하게 나왔다. 작년에는 그런대로 불편 없이 그래도 텔레비전을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올여름 초 장마철 때 화면 반쪽이 깨진 후, 아무리 다시 껐다, 다시 켜도 화면이 원상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제품 설명서를 보니 신호가 약하거나 수신이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안테나 방향을 조정하거나 또는 케이블 접점을 확인하라고 되어 있다.
홈 메뉴 --> 상세 설정 --> 채널 --> 수동 채널에서 신호세기나 품질이 낮게 나오는 경우, 방송국 또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여 신호 점검을 받으라고 되어 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화면 왼쪽이 보여야 홈 메뉴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나 원 참, 어떡하라고? 그리고 방송국에 우리 집 텔레비전 화면이 깨져 나오는데 연락하면 전화를 받아줄 담당자나 있나 모르겠다.
장마철이 끝나갈 무렵, 마침내 우리 집 LG LED TV 55 LW9800은 화면 안에 커튼이 짝 쳐지는 일이 발생했다.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화면 방송은 어렵겠습니다. 커튼콜 하시면 소리 방송은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기분 나쁠 때는 옆으로 드러누워 커튼을 치기도 한다. ㅋ
LG LED TV 55 LW9800은 이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할 때 함께 온 친구다. 이제 십 년 넘게 같이 살았으니 갈 때도 된 거 같지만 많이 아쉽다. 당시 3D 광풍이 불던 때라 3D 안경을 끼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영화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제품 설명서에는 무상 서비스 기간이 1년이라고 되어 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오래 쓴 건가..
우리 집 전자제품은 거의 모두 LG 제품이다. 텔레비전,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노트북, PC 모니터, 로봇청소기와 진공청소기 기타 등등. 그간 잘 사용해 왔지만, 수리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 메인 보드나 백라이트가 나갔을 텐데 교체비도 만만찮을 거고, 무엇보다,
텔레비전을 그렇게 자주 보는 편도 아니고, 라디오처럼 소리만 들어도 그럭저럭 지낼만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화면이 아예 안 나올 날이 올 것이고, 소리조차 나지 않을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아예 전원도 들어오지 않을 날도 올 것이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 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켈 세이건, 코스모스,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79쪽.
주말이면 우리 가족에게 보는 즐거움을 가끔씩 선사하곤 했던 LG LED TV 55 LW9800는 이제 라디오로 변신하여 듣는 즐거움만을 잠깐씩 나에게 선사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든, 기계이든 언젠가는 무화되는 운명을 피해갈 수 없다. 칼 세이건은 광막한 우주공간, 영겁의 시간 속에서 찰나적인 삶을 살다가는 인간을 나비에 비유했다.
그래서 아주 가끔 텔레비전 화면이 절로 깨끗하게 돌아올 때, 아주 반가운 마음에 혼자 박수를 치기도 하는 것이다. "아, 너도 스마트 TV이니까, 온전한 모습을 가끔씩은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구나. 텔레비전으로서도 아직 살아 있는 중이라고.."
이제, 내 스마트 폰도 오래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조금 보기라도 한다면 같은 증상을 보이곤 한다. 스마트폰 화면이 녹색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9인데, 스마트폰도 비교적 오래 사용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TV 사양 비교 추천 글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다면 TV를 새로 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은 고사양 TV도 많이 출시되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정작 콘텐츠가 TV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UHD 방송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고화질 콘텐츠도 거의 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TV를 새로 사실 의향이 있으시면 이 글, 'OLED, LED 차이점과 LG TV 65인치 5개월 사용 후기'를 보시고 자신에게 필요한 TV 사양이 무엇인지 꼼꼼이 비교해서 구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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