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를 하다 보면 댓글 유형이 놀랍도록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끼실 것 같다. 오늘은 그 유형을 정리해 보면서 글 제목을 "티스토리 블로그의 댓글 종특"이라고 달아보았다.
종특이란 종족 특성의 준말로 주로 다수 종족이 나오는 창작물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에 적용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아 댓글 종특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시다시피, 티스토리는 애드센스 광고를 붙이기 위해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지만, 물 흐르는 듯한 소소한 일상을 정성스레 올리는 블로그가 있는가 하면, 나름대로 자신이 터득한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올리는 블로그들도 다수 있다. 잘 찾아보면.
글의 논리 전개상 티스토리 블로그 글의 종특을 먼저 쓰야겠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 종특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댓글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 종특은 아래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니가 뭘 말하는지는 내 알바 아니고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티스토리 댓글러의 절대 다수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무슨 글을 보더라도 닥치고 "좋은 정보 잘 읽고 공감 꾹 누르고 갑니다."이다.
심지어, 고단한 생활에 현타가 왔다는 글에도, 오늘 매장에서 진상 손님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고, 앞날이 암담하다는 글에 대해서도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또는 "어느새 봄날인가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어쩌고 저쩌고..." 이 지랄이다.
이들은 남의 불행이 지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는 것인지, 생을 마감할 정도로 우울하다는 글에도 그래도 감기는 조심하라는 말인지 도대체 그들의 사고회로를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2. 은혜를 베풀었으니 니도 똑같이 돌려줘
이들은 어떤 글을 올려도 "좋은 글 잘 읽고 공감 꾹, 구독 꾹 하고 갑니다. 제 블로그도 구독해 주세요."라는 댓글을 남기고 사라진다.
좋은 글을 잘 읽었으면 뭐가 좋았는지, 최소한 한 마디는 해주고 가야 정상인데, 네가 뭔 말을 했는지 나는 모르겠고, 내가 공감하고 구독까지 눌렀으니 니도 똑같이 해라는 말이다. 공감과 구독이 무슨 은혜를 베푼 것 마냥 생색이다.
이들은 본문을 읽을 생각은 첨부터 없었고 구독자 모으기와 공감수 확보에 혈안이 된 종족들이니 뭐, 이해는 한다만 그게 효과가 없다는 건 아는 사람은 아마 다 알 거다.
1과 2 유형의 댓글을 다는 사람은 오히려 블로그 지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아예 발걸음을 못하게 해야 한다. 많은 SEO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로 블로그 지수는 체류 시간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들이 블로그를 방문해서 댓글, 아무리 장문의 댓글이라도 전부 복사한 것이기 때문에 댓글을 달고 사라지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1과 2 유형의 댓글이 수북이 쌓이면 당신의 블로그는 점점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3. 니 글을 읽지는 않았지만, 읽었다고 할게
1과 2의 유형 댓글을 티스토리 블로거들이 싫어한다는 걸 아는 댓글러들은 약싹빠르게 댓글을 달기 위해 약간의 수고(그래도 기껏 1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를 들여 읽지 않았는데도 본문을 읽은 것처럼 가장하여 댓글을 단다.
예컨대, 이 글에 대해서는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 종특"에 대하여 잘 알고 갑니다." 혹은 "티스토리 블로그 댓글 종특에 대하여 알기 쉽게 정리해 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정도로 단다. 이러한 댓글은 초등학생이 봐도 아, 이 사람 내 글을 아예 읽어 보지도 않았구먼, 하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이런 댓글을 다는 이유는 뭘까? 블로그 지수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눈물겨운 헛된 노력에 그저 눈물이 날 지경이다.
4. 진심 어린 댓글
글쓴이가 1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1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 공감한 부분을 말하고, 드물게 2까지도 혜아리는 아주 현명하면서도 자상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가끔 있다. 아주 귀하디 귀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티스토리 유저들은 이런 댓글이 달리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면 정말 인간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블로그를 하는 보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을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고 고민점도 다 다르기 때문에 만날 확률은 제로게 가깝다. 그래도 블로그를 오래 하다 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늘은 뻘글을 좀 싸봤다. 이 글에도 설마 1, 2, 3에 해당하는 댓글이 달릴까? 더구나 나는 1,2,3에 해당하는 댓글러들은 아예 아주아주 많이도 스팸 차단해 놓았기 때문에 달릴 확률은 희박하긴 한데, 그래도 티스토리 블로거 종특상 이 블로그를 잘 모르는 새로운 쓰레기 댓글러가 등장할 거라고 예상해 본다. 그게 티스토리 종특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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