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제주 올레길 18코스 초입에서 약 10분 거리라며 삼삼오오 산책을 가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나는 그냥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를 선택한 건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음 날 오션 스위스 제주 호텔에서 리셉션이 있고, 무엇보다 콘퍼런스 주최 측에서 추천한 호텔이라 별 생각 없이 픽했다.
객실을 들어섰을 때 오션뷰가 있는 방을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실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어느 정도 씻기는 듯했다.
흰구름 아래 넘실거리는 바다의 풍경, 제주가 품은 그 풍경을 보러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가 싶었다.
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는 4성급 호텔이다. 화장실이 약간 좁은 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단정하고 안온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흔히 말하는 가성비 호텔이라 할 만했다. 객실에서 일몰의 장엄함을 보고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었나 보다.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콜에 선잠이 깼다.
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 정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부두 2길 20
조식, Pub, BBQ 운영, 야외 수영장(3층, 겨울철 미운영)
전화번호 : 064-717-5000
저녁은 걸어서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제주 동문시장에서 방어회와 고등어회를 먹었다. 고등어회는 연안 도시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횟감인데 신선했다.
제주에서 먹는 회는 웬만하면 다 맛있었던 거 같은데, 나만 그런 건가.
오는 길에 야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도 야식으로 랍스터 구이를 샀다. 호텔 1층 편의점에서 맥주도 샀다.
그래, 섬에서 밤을 보내려면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파도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맥주는 목 넘김의 차원이 확실히 다르다.
콘퍼런스는 제주대에서 열렸다. 흥미로운 주제 발표도 몇몇 있었고, 각국의 어눌한 영어 발음조차 진지했다. 점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선과 선이 확장되며 공간이 생긴다. 신기술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도처에서 발현된다.
점심을 먹고 캠퍼스를 둘러보았는데, 제주 법대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관목들이 이루는 숲이 눈에 들어왔고 잡초 언덕도 눈에 들어왔다. 잡초 언덕이 왜 유독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초록 잎이 갈색으로 탈색되어가는 과정이 마음에 침잠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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