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이 다시 일어났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가 원룸에 살던 30대 딸과 어머니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현관문 앞에는 전기료가 5개월치 연체됐다는 한전의 연체 고지서, 월세가 밀려 방을 빼 달라는 집주인의 편지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냉장고에는 빈 그릇과 컵, 고추냉이, 케첩과 물 뿐이었다. 쌀 봉투엔 2인분 분량만 남겨져 있었다. 전기밥솥이 있었지만, 전선을 정리해 밥솥 안에 넣어둔 것으로 보아 사용한 지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이밖에 먹을 것이라고는 믹스커피뿐이었다."
- 한겨레 채윤태 기자 2022-11-25 22:38 송고 기사
언론매체들은 모녀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추정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보건복지부가 매년 산정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였다고 보도했다.
복지 사각지대 대상이었지만 수원 세 모녀처럼 등록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보도 내용이다.
같은 동 주민은 이사 온 지 한 3~4달 정도 되어 가는데 그중에 한 번도 (모녀를) 본 적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수원 세 모녀는 석 달 전, 빚 독촉과 암 투명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었다.
서대문구청 측은 "모녀의 주소지가 이전 거주지의 지자체로 등록돼있어 서대문구로는 통보 온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이러한 비극은 판박이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진 2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가 더 이상 입에 발린 약자 복지, 죽음 후의 애도로만 이 상황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두 분의 명복을 빌며,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수원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약속"했지만 "참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다.
"빈곤으로 인한 죽음은 개인이 아닌 정치 실패의 결과"라며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이라는, 혼자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무너뜨리지 못한 정치, 질병과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한 정치가 가져온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어떻게 이런 일이…죄송하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라고 썼다.
한편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야당 지도부와는 만남 없이 여당 지도부와만 다섯 번째이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 50분부터 3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서대문구 모녀 사망에 대한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지금 이 시각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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