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가 익숙한 영화 졸업 줄거리와 결말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연출하고 더스틴 호프만과 앤 밴크로프트과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졸업>(1967년작)은 1960년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던 기성세대에게 저항하는 청춘의 불안과 그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용기를 그렸다.
미국의 소설가 찰스 웨브(Charles Webb)의 동명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영화 졸업의 로그라인을 정리하면 이렇다.
"출세해서 집안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와 자신을 성적인 노리개로 삼으려는 유부녀에게 억눌려 있던 주인공이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누벨바그 스타일을 차용한 경쾌하고 세련된 영상, 청춘의 저항문화에 호응하는 OST가 흐르는 영화 졸업은 젊은 층의 열광으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고, 아카데미상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감독상을 수상하며 196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 영화가 되었다.
영화 졸업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젊은 더스틴 호프만의 어리숙한 표정을 보면 귀에 익숙한 OST 선율과 함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후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대배우가 되었다.
청년 더스틴 호프만을 끈적하게 유혹하던 미시즈 존스 역을 맡은 앤 밴크로프트는 '미라클 워커 The Miracle Worker'(1962)로 이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원숙한 연기자였다. 그녀는 2005년 암으로 고인이 되었다.
영화 졸업 기본 정보
원제 The Graduate(졸업생), 1967
개봉 1971.06.19, 재개봉 2020.02.13 / 청소년관람불가 , 15세 이상관람가(재개봉)
감독 마이크 니콜스
주연 더스틴 호프만(벤자민 브래드독 역), 앤 밴크로프트(로빈슨 부인 역), 캐서린 로스(엘레인 로빈슨 역)
졸업 줄거리(해설)
주인공 벤자민(더스틴 호프만 분)은 동부의 명문 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부모는 떠들썩하게 파티를 열어 환영하지만, 정작 벤자민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던 벤자민은 그저 미래가 불안스럽기만 하다.
호화로운 파티에서 아버지의 오랜 동업자이자 친구인 로비슨이 미래는 플라스틱이라며 단 하나의 단어, 플라스틱(Just one word, Plastic)을 기억하라고 그에게 조언할 때, 당혹스러워하는 더스틴 호프만의 표정을 보라. 플라스틱은 1960년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기성세대의 속물근성을 상징하는 용어였고, 그 당시 젊은이들은 플라스틱을 혐오했다.
벤자민이 파티의 번잡함을 피해 2층에 홀로 있을 때,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 분)이 접근하여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유혹은 뻔뻔하다 못해 너무나 노골적이고 강렬해서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로빈슨 부인 역을 맡은 배우 앤 밴크로프트가 검은 스타킹을 천천히 벗으며 그를 유혹하는 연기는 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이 되었지만, 우리의 청춘 벤자민은 용케도 그 유혹을 견뎌낸다.
벤자민은 부모가 수영장 이벤트를 마련했을 때 그의 불안한 정서는 극에 달한다. 벤자민이 잠수경을 쓴 채 수영장 속으로 끌려들어 가듯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출세지향적인 세계에 그가 얼마나 질식하고 있고, 그 세계에 편입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은유한다.
수영장은 영화 졸업에서 기성세대가 제공하는 풍요롭고 안락한 세계이지만 벤자민이 반드시 벗어나야 할 늪 같은 장소로 상징된다.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하는 장면과 로빈슨 부인과의 정사 장면들이 점프 컷으로 교차편집되는 영상들이 이를 암시한다.
이후 벤자민은 호텔에서 로빈슨 부인과 육체적 관계에 점점 빠져들고, 성적인 노예가 되어간다. 그 와중에 둘 사이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로빈슨 씨는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 분)을 그에게 소개시키주려 하고, 로빈슨 부인은 그에게 일레인과 사귀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벤자민은 일레인을 만나자마자 처음으로 같이 있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며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일레인에게 그녀의 엄마와의 관계를 고백하지만, 일레인은 실망하여 떠나가고 만다.
영화 졸업 결말(스포일러)
벤자민은 마침내 결단한다. 일레인과 결혼하기로! 그 무렵 일레인은 결혼을 전제로 의과대학생과 사귀고 있었지만 벤자민의 진정성을 보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럼에도 로빈슨 부부는 벤자민을 강제로 떼어놓고 딸의 결혼식을 강행한다.
수소문 끝에 결혼식 장소를 겨우 알아낸 벤자민이 전력질주하여 결혼식장에 난입하여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일레인과 함께 손을 맞잡고 도망쳐 버스에 오르며 영화는 끝난다.
버스 맨 뒤자석에 앉은 벤자민과 일레인은 엔딩 자막이 올라갈 무렵, 부모에게 대항해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환희로 들떠 있던 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간다. 감독이 컷 싸인을 깜박해 계속된 촬영이었지만 감독은 이를 영화 졸업에 그대로 살렸다.
둘은 그 뒤로 자신들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았을까, 그들도 자신들이 혐오하던 기성세대처럼 그렇게 살게 되리라는 것을 떠올렸을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그들의 사랑을 운명에 맡겨두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영화 졸업 OST
기성세대의 세계관에 저항하는 청춘의 용기를 그린 졸업을 연출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이 영화의 OST도 영민하게 선택했다. 벤자민이 수영장에서 일광욕하는 장면에 흐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Sound of Silence’나 ‘Scarborough Fair’는 당시 젊은 층들이 열광적으로 따라 부르던 노래였다.
이 영화를 위해 사이먼 앤 가펑클이 작곡한 OST, 미시즈 로빈슨(Mrs. Robinson)은 영화의 성공과 함께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며 나중에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운드트랙은 영화에 감성을 더하고, 영화는 음악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졸업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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