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 줄거리와 결말, 해석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연출한 <몽상가들>(2003)은 68혁명을 배경으로 미국 청년과 프랑스 남매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전에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올라와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 바다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아 헤매시는 분들에게 일단 이 영화 몽상가들을 추천한다.
68혁명은 1968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에 대한 시위가 천만 노동자들과 결합하여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해방과 저항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반체제 운동이다. 68혁명은 일본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나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엄혹했던 시절이었던지라 그 영향이 전무했다.
영화 몽상가들은 68혁명이 배경으로 등장할 뿐, 영화의 주제는 혁명이 아니라, 성에 집착하는 세 남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길버트 아데어의 소설 'The Holy Innocents'를 각색한 이 영화는 아래 줄거리에서 살펴보겠지만, 세 남녀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동거의 파국이라는 결말로 달려가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청춘의 사랑을 그렸다.
몽상가들 줄거리
미국인 청년 매튜는 불문학을 공부하러 1968년 봄, 파리로 유학 온다. 영화광이었던 매튜(마이클 피트)는 매일같이 시네마테크에 죽치고 앉아 영화에 빠져 나날을 보낸다.
드골정부가 시네마테크 관장이었던 앙리 랑글루아를 해임시키자 학생들과 영화인들은 연일 시위를 이어간다. 매튜는 어느 날 시네마테크 담장에 쇠사슬에 묶여 시위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이자벨(에바 그린)과 쌍둥이 동생 테오(루이 가렐)를 발견한다.
영화광이었던 그들은 만나자마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이자벨과 테오의 초대로 메튜는 부르주아 풍의 아파트에서 그들의 부모와 저녁 식사를 한다. 저명한 시인이었던 아버지는 시위에 참여하는 아들은 타박하고, 테오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 운운하며 아버지와 논쟁을 벌인다.
그날 밤, 매튜는 그들에게 더없는 우정을 느끼며 책장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복도 끝에 있는 게스트룸에서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두 남매가 전라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매튜는 깜짝 놀란다. 테오는 자신과 이자벨이 샴쌍둥이었으며, 그들은 정신적으로 언제나 연결되어 있어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고 말한다. (근데, 샴쌍둥이는 일란성이므로 남매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날 수 없다)
그들의 부모가 여행으로 한 달간 집을 비우자 세 남녀는 아예 동거에 들어간다. 그들은 모택동 포스터가 걸린 방에서 당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재니스 조플린과 진보적인 샤를 트레네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고급 와인을 들이키며 정치를 논하고 개똥철학으로 킬링 타임을 한다.
특히 그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영화 알아맞히기 게임이다. 그들은 장 뤽 고다르의 <국회자들>(1964)의 세 주인공이 손을 맞잡고 루브르 박물관을 최단 시간에 주파했던 장면을 재연하답시고 루브르 박물관을 뛰어다니며 짜릿한 쾌감을 만끽한다.
영화 이름을 못 맞추면 심각한 벌칙이 주어진다. 테오는 마를렌 디트리히가 주연으로 출연한 <금발이 비너스>(1932)를 못 맞춰 이자벨과 매튜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해야 했다.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영화에 등장했던 코러스들을 흉내 낸다고 에버 그린이 밀대를 들고 춤추는 장면은 깜찍하긴 했지만 말이다.
매튜는 하워드 호크스가 연출한 <스카페이스>(1932)를 맞추지 못해 테오가 보는 앞에서 이자벨과 섹스를 해야 했다. 파리에서의 청춘 남녀가 외부와 격리된 채 집 안에 틀어박혀 사랑놀이라고 하는 것이 대개 이런 식이었다. 그들은 한 달 동안 거리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그들의 즐거움과 성에만 집착하는 행태를 보인다.
영화 몽상가들이 사실상의 데뷔작이었던 에바 그린은 이 영화에서 대중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전라 노출을 감행했고, 매튜 역의 마이클 피트와 테오 역의 루이 가렐도 적나라한 성기 노출로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요청에 부응했다. 예술 영화 <나인송즈>나 <숏버스> 등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세 배우의 노출수위는 가히 역대급이다.
레오나르도는 매튜 역을 제안 받았으나 촬영 일정상으로 이유로, 제이크 질렌할은 누드로 고사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이 현명했던 셈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 영화는 아래 글 참고.
몽상가들 결말
마침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모가 쓰레기 더미로 악취가 풍기는 거실로 들어서며 놀란다. 거실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세 남녀가 전라로 잠들어 있는 기막힌 풍경을 발견한 부부는 차마 그들을 깨우지 못하고 수표를 남겨두고 살며시 빠져나간다.
잠이 먼저 깬 이자벨은 부모가 다녀갔음을 알아챈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60)의 진 시버그가 친 대사 "뉴욕 해럴드 트리뷴"이 자기가 태어나서 말한 첫마디라고 한 이자벨 답게 그녀는 가스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거리의 시위대가 던진 돌이 아파트의 창문을 부수는 바람에 셋은 살아난다.
그리고 그들은 취한 듯 시위대에 휩쓸려 들어간다. 매튜는 화염병을 던지려는 테오에게 그것은 '폭력'이라고 말해보지만 테오는 이자벨의 손을 이끌고 시위대의 최전선으로 뛰어간다. 매튜는 그들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영화 몽상가들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마오이즘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들을 어설프게 바치며 향수에 젖는다. 하지만 미장센은 거칠었고,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세 남녀의 성적인 집착만으로는 해방의 열기가 가득했던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몽상가들은 청춘들에게 이 영화가 인용하는 고전들이나 누벨바그 영화들을 찾아볼 디딤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회고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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