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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고전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줄거리와 해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사실적 리얼리즘 환상 특급

by 로그라인 2023. 6. 2.

백년 동안의 고독, 남미문학이 쌓아올린 마술적 리얼리즘 최고 걸작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안정효 옮김, 1977)은 남미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환상 특급이다. 

이 소설에는 진귀한 마술 도구가 쏟아지고 산 자와 죽은 자의 끝없는 조우가 이어지며 덧없는 꿈과 욕망에 제 운명을 가누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상상을 교묘하게 오간다. 그 강렬함은 아우렐리아노가 멜키아데스의 예언서를 읽고 있을 때 정점을 찍는다.

백 년 동안의 고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장자의 나비꿈을 꾼 듯 몸은 몽롱해지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 아주 멀리 보이기도 하고 너무 가까이 보이기도 하는 전율이 몰려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프로필

1927년 콜롬비아 출생. 콜롬비아 국립대학교에 진학했으나 정치적 혼란기에 학교를 중퇴하고 자유파 신문 《엘 에스펙타도르》에 기자로 입사했다. 1954년 로마 특파원 당시 정치적 부패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고, 1955년에는 공산당에 입당했다. 
피델 카스트로와 친하여 정치적 조언과 문학적 조언들은 서로 나눴다.

주요 작품으로는 <썩은 잎>(첫 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불행한 시간>,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 <콜렐라 시대의 사랑>, <족장의 가을> 등이 있고, <백 년의 고독>(1967)으로 로물로 가예고스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4년 사망했다.

책표지
책표지

백년 동안의 고독 줄거리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16세기에 리오하차로 쳐들어왔을 때, 한 아라공 상인 부부는 바다에서 먼 곳으로 이주를 하여 한적한 마을에는 정착했다. 그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온 돈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라는 담배농장 주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라공 상인은 그 사람과 동업을 하여 큰 재산을 모았다.

그러다가 꽤 오랜 세월이 지나 돈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4대손과 아라공 상인 4대 손녀가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 그들 가문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 이구아란이었다. 그들은 사촌 간이었다. 몇 세기 동안 얽히고설킨 양쪽 집안에서 태어난 두 젊은이가 결혼하면 이구아나 도마뱀이라도 낳을까 봐 친척들이 발 벗고 나서서 말렸다. 

열아홉 살 청춘의 꿈으로 가득했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말만 할 줄 알면, 돼지새끼로 태어난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소?"라고 일축하며 결혼을 강행했고, 우르슬라는 어머니의 돼지꼬리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는 예언이 두려워 감히 그와 관계를 맺지 못했다.

마을에는 남편이 불감증 환자인 탓으로 우르슬라는 결혼한 지 1년이 되었어도 아직 처녀라는 소문이 돌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격분하여 푸르덴치오 아귈라에게 결투를 신청하여 창으로 그의 목을 꿰뚫고 말았다. 백년의 고독이 시작되는 두 번째 사건이었다.

그 뒤 어느 날 밤, 우르슬라는 우물가 옆에 서 있는 푸르덴치오 아귈라를 보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도 슬픈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그를 봤다.

그리하여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부부와 몇몇 젊은 친구들은 모험심에 불타서 아무도 기약하지 않는 새로운 땅을 찾아서 산맥을 넘어 터무니없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백년의 고독이 현실적으로 시작됐다. 산맥을 넘던 중, 우르슬라는 다행히도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갖춘 첫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를 낳았다.

그들은 2년 동안이나 산맥을 헤맨 끝에 드디어 광활한 늪지대를 볼 수 있었고, 늪지대에서 몇 달을 헤매던 어느 날 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얼어붙은 유리알처럼 잔잔히 흐르는 강가에서 야영을 했고, 거울로 벽을 장식한 집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도시를 이루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 도시의 이름은 아무런 뜻도 지니지 않은 '마콘도'였고, 이튿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일행들에게 강가의 가장 서늘한 곳을 몰라서 나무를 베라고 하고, 그곳 강둑에다 마을을 세웠다. 우르슬라는 마콘도에 정착하여 두 번째 아들 아우렐리아노를 낳았다. 이 아이는 눈을 뜨고 태어났으며 예지력이 있었다.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

늪지대 속에 가려져 있었던 마콘도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마을을 처음 건설했을 때, 공룡의 알처럼 거대하고 하얗고 매끈매끈한 돌이 깔린,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 세운 스무 채 가량의 블록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해마다 3월이면 집시들이 와서 마을 어귀에 천막을 세웠고,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자석, 망원경, 확대경 등 신기한 것들을 소란을 떨며 보여주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뚱뚱한 집시 멜키아데스는 마케도니아의 연금술사들이 발병한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를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었다.

집시들의 진귀한 물건들은 마콘도 마을을 건설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까지도 그 쇠붙이만 가지면 땅속에서 손쉽게 황금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처음에는 당나귀 한 마리와 염소 한 쌍을 주고 그 쇠붙이 두 개와 바꾸었고, 다음에는 자석 두 개와 금화 세 닢을 주고 확대경을 바꾸었고, 결국에는 집 뒤에 조그만 실험실을 새로 만들었다.
그는 가족을 내팽겨치고 그 방에만 처박혀서 관측의와 나침반과 육분의(六分儀)를 들고 몇 달의 장마철을 보냈다. 별의 움직임을 지켜보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고 정확히 정오를 가려내는 방법을 찾다가 일사병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12월의 어느 화요일, 드디어 그동안 그의 마음을 괴롭혀 오던 모든 짐을 털어냈다. "지구는 둥글다, 마치 오렌지처럼." 그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했다.
멜키아데스는 존경을 나타내는 뜻에서 마을의 미래에 큰 공헌을 할 연금술사의 실험실을 기증했지만, 아내 우르슬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미치려거든 혼자만 미치구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이상할 만큼 연금술에 통찰력을 보인 둘째 아들 아울레리아노를 가르치는 데 모든 정열을 기울였다.

실험실에는 관심이 없었던 첫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는 무럭무럭 자라서 윗입술 위에는 보풀보풀한 수염들이 돋았고 목소리도 변했다. 
세 번째 임심을 하고 있었던 우르슬라는 어느 날 밤 잠을 자려고 옷을 벗은 호세 아르카디오를 보았고, 자신의 아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남자 구실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고 부끄러움과 미안함, 신혼 초에 느꼈던 공포가 되살아났다.

이때쯤 되어서 욕도 잘하고 사람도 잘 호리는 필라르 테르네라가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도우러 들어와 있었는데, 호세 아르카디오는 밤새도록 그 여자의 겨드랑이 냄새를 잊지 못해서 몸부림쳤고, 밤마다 그녀를 찾게 되었다.

우르슬라는 1월의 어느 목요일 새벽 2시에 딸 아마란타를 낳았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필라르가 자신의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며칠 뒤 머리에 붉은 헝겊을 뒤집어쓰고 그가 여태껏 본 여자들 가운데 가장 예쁜 집시소녀와 그 패거리를 따라 마을을 떠났고 말았다.

필라르 테르네라가 낳은 아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아이의 할아버지 집에 보내지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이의 이름을 아르카디오라고 불렀고, 그 아이는 불면증 질병을 피해 마콘도 마을로 도망을 온 구아히로 원주민 여자인 비쥐 따시옹이 돌보게 된다. 

아들을 찾아 나선 우르슬라는 다섯 달 동안이나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늪지대의 다른 쪽에 있는 마을의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왔고, 그 사람들이 이곳의 토질이 좋고, 늪지대의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인 조건이 유망하다는 말을 퍼뜨리고 다녔으므로, 마콘도 마을은 곧 가게와 공장과 장삿길을 갖춘 커다란 읍내가 되었다.

둘째 아들 아우렐리아노가 사춘기가 되자 흑과 벽에서 손톱으로 긁어낸 석회를 몰래 먹고사는 열한 살 소녀 레베카가 마콘도 마을에 들어와 불면증을 퍼뜨렸고, 마을 사람 모두가 불면증에 걸려 잠을 안 자고 일을 하는 통에 새벽 3시가 되면 할 일이 없어서 팔짱을 끼고 앉아 끝이 없는 지루한 얘기들을 끝없이 주고받아야 했다.

마콘도의 모든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불면증에 오염되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철저하게 대책을 시행한 끝에야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으며, 잠을 자야 한다는 쓸데없는 걱정 따위는 잊게 되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친척의 딸이었던 레베카는 이때부터 부엔디아의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레베카 부엔디아가 되었다.

마콘도 마을 사람들은 잠을 못 자 기억력을 상실했었는데, 이미 죽었던 집시 멜키아데스가 다시 마을로 찾아와 맑은 빛깔의 물을 주어 기억력을 되찾게 되었다.
멜키아데스는 죽고 나니 너무 외로워서 다시 돌아왔노라며, 아직 죽음의 손길이 한 번도 뻗은 적이 없는, 지구의 끝에 있는 마콘도에 머물며 은판사진술(옛 프랑스의 사진술 연구)에 몸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몇 달이 지난 다음, 나이가 거의 200살이나 되고 자기가 지은 노래를 나눠주면서 가끔 마콘도 마을에 들르던 현인 프랜시스코가 돌아왔고,
멜키아데스는 잠도 안 자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원리를 연구한 끝에 부엔디아 가문의 모든 흔적이 말끔히 제거된, 유리로 지은 집들이 가득 찬 위대하고 빛나는 도시 마콘도의 미래를 예언하는 글을 양피지에 라틴어와 암호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동물 과자 장사로 큰돈을 번 우르슬라는 레베카와 아마란타가 숙녀가 된 걸 보고 집을 대규모로 증축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때 돈 아폴리네르 모스코테가 무장한 군인들을 대동하여 이 마을 군수로 부임해서 온다. 나중에 아우렐리아노는 그의 아홉 살 난 딸 레메디오스를 보고 반해서 아홉살 난 그녀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증축 기념 댄스파티에서 자동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서 이탈리아 전문가 미남 청년 피에트로 크레스피가 마콘도 마을로 왔는데, 그에게 한눈에 반한 레베카가 그와 약혼을 했다. 아마란타 역시 그를 좋아했는데, 레베카에게 너를 죽이는 한이 있어도 네  결혼식을 방해하고 말 거라는 경고를 하고 우르슬라와 여행을 떠나버린다.

세월이 흘러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미쳐서 연금술 실험실과 은판사진실과 은세공 작업실의 기구들을 모두 산간조각을 내는 통에 아울렐리아노가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마당에 있는 밤나무에 그를 묶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여행에서 돌아온 우르슬라와 아마란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만 자꾸 지껄여댔다.

필라르는 아우렐리아노의 동정을 빼앗듯 즐긴 후에 레메디오스와 연결해 준다. 
아울렐리아노는 그녀가 첫 생리를 하고 한 달 뒤에 3월의 어느 일요일 날 응접실 제단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레메디오스가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곧 끝나고 말았다. 너무나 행복하게 사는 레메디오스를 보고 질투에 눈이 어두워진 아마란타가 그녀의 커피에 본의 아니게 독을 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레메디오스의 상을 다 치르고도 한참 지난 후, 호세 아르카디오가 몸집이 거대한 사나이가 되어 돌아왔다. 엄청나게 큰 남성을 자랑하며 홍등가에서 지내던 호세 아르카디오가 어느 날 레베카를 보고 "얘, 너 그만하면 벌써 계집 구실을 하겠구나."라고 말했을 때, 레베카는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제정신을 잃었고, 약혼남을 버리고 그와 결혼을 해버렸다.

버림받은 피에트로 크레스피는 아마란타에게 청혼을 하지만, 이번에는 아마란트가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청혼을 거절하자, 그는 자살하고 말았다. 이후 아마란타는 부엔디아 가문의 거의 모든 자손 남자들의 정욕의 대상이 되었고, 그녀도 은근히 그 육욕들을 즐겼다.

레메디오스가 죽고 나자 아울렐리아노는 보수파를 응징하기 위해 자유파를 규합하여 반란군을 지휘하는 대령이 되고 혁명군 총사령관까지 되었지만, 그가 지휘한 모든 전투는 패배했고, 전쟁통에 그가 씨앗을 뿌린 그의 17명의 아우렐리아노도 훗날 모두 사형을 당했지만,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살아났고, 자살하려고 심장에 총을 쐈지만 살아났다.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 마콘도 마을에 철도가 들어오고, 바나나 화사가 들어오고 이방인들이 각지에서 대거 쏟아져 들어왔다. 부엔다이 가문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콘도 마을은 번성했다.

그러나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이 대규묘 파업을 일으켰고,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인들이 시위대 3000여 명을 기관총으로 쏴 죽이고 기차에 실어 바다에 수장해 버렸지만, 그 역사를 아는 마을사람들은 없었다.

대홍수가 지나간 다음 마콘도 마을은 서서히 폐허로 되어가는 와중에도 부엔디아 집안은 똑같은 이름을 대대로 되풀이 쓰면서 <백년 동안의 고독>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집안 자손들의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지만 여기서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 수만은 없으므로 궁금하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직접 그 이야기들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백년의 고독 결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5대손 아우렐리아노는 아마란타 우르슬라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들의 선조들이 대대로 걱정하고 경고해 온 대로 그들이 아이는 돼지꼬리가 달려 있었다. 

아이를 낳다 산모가 죽자, 온 세상에서 다 모여든 듯 바글바글한 개미 떼가 정원 돌길을 따라서, 돼지꼬리 달린 아기를 끌고 그들의 굴로 나아가고 있는 기막힌 장면을 보고서야 아울렐리아노는 비로소 멜키아데스의 양피지 문서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양피지 문서에는 '역사의 시초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종말은 개미들에게 먹힐지니라'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아울렐리아노는 백 년 전 멜키아데스가 암호를 총동원하여 라티어로 양피지에 기록한 원고에 적힌 부엔디아 집안의 역사를 읽어보면서 아마란타 우르술라가 자신의 고모임을 깨닫게 된다. 

아울렐리아노는 자기가 언제 어떻게 죽으리라는 날짜와 상황을 예언하는 대목을 급히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미처 마지막 줄을 읽어내기도 전에, 그는 자기가 결코가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백년 동안의 고독 마지막 문장

이 거울의 도시, 아니 신기루의 도시가, 바람에 날려 없어질 것이며, 아울렐리아노가 이 원고를 해독하게 되는 순간부터 마콘도는 인간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며, 여기에 적힌 글들은 영원히 어느 때에도 다시 되풀이될 수 없을 것이니, 그것은 백 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종족은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품 해설 

G.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자꾸만 천명관의 <고래>가 오버랩되었다. 다 읽고 나니 두 소설의 플롯이 놀랍도록 유사했고, 반어적인 어법 등 문장 전개 방식과 늪이라든지 철도와 마을의 번성 등 소재들마저 엇비슷했다.

천명관이 이 작품을 패러디했거나 오마주한 것이라고 짐작은 가는데, 그가 고래의 수상소감에서 백년의 고독을 언급한 적이 없으므로 단정할 수는 없다. 누군가 천명관의 고래를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평했던 기억도 난다.

현실과 상상이 교묘하게 혼재된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부르기도 하고, 권말에 실린 문학평론가 김욱동처럼 이 소설을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 행위를 폭로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고발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조상들은 한적한 마을에서 대대로 폐쇄된 삶을 누렸고, 그는 그의 친구 푸르덴치오 아귈라를 창으로 찔러 죽인 후, 마콘도 마을을 건설하여 더욱 폐쇄적인 그들만의 세상을 살았다. 그들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같은 이름들을 똑같이 물려주면서 근친상간의 길을 걸었다.

마콘도에 언제부터인가 집시들이 왔고, 철도가 들어왔고 바나나 공장이 들어왔고, 그에따라 함께 들어온 외지 문물이 마콘도만의 폐쇄성을 쇠락시키자 부엔디아 가문도 함께 쇠락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집시가 전해준 진귀한 물건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헛된 꿈에 들떠 가족을 내팽개치고 연구에만 몰두했고, 아울렐리아노 대령은 자유파의 이상에 감염되어 전쟁을 끝없이 했으나 나중에는 전쟁을 위한 전쟁을 멈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간들의 욕정과 욕정이 만나 그어진 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완성됐다. 아우렐리아노가 자신의 이모와 아이를 낳고서야 그 가계도는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면 길고 길었던 가문의 흥망성쇠가 덧없고, 그들이 삶았던 삶들이 한바탕 꿈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비극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가? 또 마콘도는 기어이 사라져야 했을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그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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