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 데이비드 A. 싱클레어와 매슈 D. 러플랜트가 공저한 <노화의 종말>(이한음 옮김, 부키, 2020)은 노화는 질병이기 때문에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래서 저자 데이비스 A. 싱클레어는 인간의 건강 수명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계산해 보아도 최소 113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앞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은 113년을 훌쩍 넘어 살 것이라고 말이다. 노화의 종말 시대가 정말 오긴 오는 것일까.
근데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느냐고? 저자의 인간 수명 계산 방식은 이렇다. 앞으로 50년에 걸쳐서 나올 서로 전혀 다른 기술들 하나하나가 더 길고 더 건강한 수명에 기여를 할 것이다.
저자는 그 기술들 중 어느 한 가지 만으로 수십 년 더 건강하게 살도록 해 줄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이 모든 발전들이 건강수명을 다 더해서 10년 늘린다고만 치자고 말한다. 좀 웃김? 인간의 수명을 그냥 치자고 하면 늘어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이런 식으로 계산을 계속해 나간다. 노화의 종말이 아니라 계산의 종말?
그리고 사람들이 저자의 주장, 즉 노화의 종말을 믿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잘 먹고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이 10년 더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예측해도 불합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양심이 있었던지 그 절반만 잡자고 한다. 5년. 이래서 인간의 수명은 15년 더 늘어난다. 개 웃기지 않음?
또 어디서 인간의 수명을 늘릴까? 저자는 장수 유전자를 작동시킴으로써 생존 회로를 보강하는 분자들은 동물 연구에서 건강한 생애를 10~40퍼센트 더 늘렸다, 인간에게는 10퍼센트만 늘린다고 하자, 그러면 인간은 8년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도합 23년! 이 계산법은 어이가 없어 도대체 웃기지도 않음.
마지막으로 <노화의 종말> 저자들은 현재 저자들의 연구실에서는 수명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기술이 실현되면 최대로 잡으면 수백 년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딱 10년이라고 하자고 말한다. 그러면 총 33년이 되고, 이것을 현재 선진국의 평균 수명 80년에 더하면 113년이 된다! 오, 맙소사! 차라리 천년만년 살 수 있다고 하지 깎긴 왜 깎아?
그리고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110세 넘게 산 이들이 앞으로 혁신 기술을 모두 접한다고 상상해 보면 120세나 13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 내용은 노화의 종말, 8장 앞으로 벌어질 일들, 얼마나 살까(361~364쪽)를 축약 정리한 것임)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짜증이 확 올라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내 건강 수명은 단축됐지 싶다. ㅠ <노화의 종말>의 저자들은 '나는 그렇게 믿는다.' 또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등의 뻔뻔스러운 말로 논의를 전개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라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도 비과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기가 찰 따름이다.
이 책을 강력 추천한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술 더 뜬다.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은 행운아다. 노화를 되돌리고 건강하게 장수할 과학적 비법을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과학적 비법? ㅋ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정재승은 또 이렇게 썼다. '게다가 저자가 직접 실천하고 있다고 하니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누가 실천한다고 해서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뭐 어쨌든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노화의 종말>은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었지만 나는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문장도 거칠기만 하고, 뭘 말하고 싶은 건지도 도대체 모르겠더라.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노화의 종말>이 정재승이 말한 것처럼 '노화를 늦추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가득 담긴 책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오래 사시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많이 찾아 읽은 것 같은데, 나는 왜 눈을 씻고 봐도 실질적인 조언들이 하나도 안 보이지? ㅠ
*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을 인문 교양도서로 분류해 놓았으나 본 블로그에서는 자기계발서로 분류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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