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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한국소설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우울할 때 읽는 추천 소설

by 로그라인 2023. 4. 20.

오늘은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읽을 만한 재미나는 책으로 정세진의 소설집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고즈넉 이엔티, 2022)를 추천한다.  

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제목은 뭐지? 하며 별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와 재미있었어 수록작품 7편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다 읽고 나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이라 허무감이 맴돌기도 하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독자의 배꼽을 책임져주는 이야기이니 추천 소설로 꼽을 만하다.

그래서 찾아봤다.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는 작가 정세진이 누굴까? 출판사의 작가 소개는 아래와 같이 짤막하게 나와 있었고 구글링을 해봐도 작가가 몇 년생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 차도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성의한 것 아냐? ㅋ 

작가 정세진 소개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제4회 전국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 수상 후 시나리오 작가 활동을 겸했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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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 간단 소개

01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아홉 살 여자아이를 유괴한 범인이 당당하게 그 집에 찾아가 1억 원을 요구하고, 자신의 신분이 노출됐으니 자신을 경찰에 신고할 수 없도록 그 집 부모에게 세상에 밝혀져서는 안될 비밀을 말해주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주인공이 유괴범이고, 말도 안 되는데 이 황당한 설정은 읽어갈수록 설득이 잘 되는 이야기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되찾기 위해 숨겨둔 비밀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비밀을 이야기할수록 점입가경으로 접어드는 풍경에 배를 잡게 된다. 독자 중에 아마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를 의심하시는 분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02 인터뷰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19년 7월 7일 아침이 되면 정확히 10년 전으로 돌아가 2009년 7월 6일에 눈을 떠서 10년을 사는 삶을 3050번째 살고 있다. 인생 3만 50회 차인 셈이다. ㅋ

인생 3만 회 차를 살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무한반복하다 보니 10년 동안 벌어질 일은 훤히 알게 되니 부자도 될 수 있고,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꽤 진지하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03 어쩌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도 좀 얄궂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주인공이 배속에서 7개월쯤 됐을 때 부모님이 외딴섬에 여행을 갔고 갑작스러운 조산 기운으로 출산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운 좋게도 그 섬에 여행을 온 산부인과 의사가 있었고, 때마침 산부인과 간호사였던 민박집 딸도 고향에 휴가차 내려와 있어 주인공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어머니는 출혈이 끝내 멈추지 않아 다음 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후로 주인공은 행운을 손에 쥐게 되면 다음 날 그와 비례혜 불행한 일이 꼭 일어났다. 주인공은 제주도 여행권을 경품 받게 되면 다음 날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행운과 불행의 교차를 막기 위해 주인공은 행운을 거부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새옹지마의 판타지 버전인 이 소설에서 우리는 인생의 고단한 섭리를 다시 한번 아주 단순하게 체득하게 된다.

그 외 수록 작품들

나머지 수록작품들도 황당무계한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04 도적, 05 산 자들의 땅, 06 나를 버릴지라도, 0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들도 다 요절복통할 이야기들로 허무맹랑한 가운데 인생에서 소중한 뭔가를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소설가 정세진은 남성일 것 같다. 만약 여성이라면 천재 이야기꾼이 아닐까 하는데, ㅋ 잘 모르겠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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