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이상한 꿈을 꿨다. 시간과 장소가 뒤죽박죽이었고 특정되지 않은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어디론가 떠나 어떤 숙소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보는 꿈을 꿨다.
거기가 어디인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꿈해몽을 위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낚시하는 사람을 보는 꿈
내가 아주 멀리 떠나 어떤 숙소에 도착해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집에 모이는 날인데, 내가 갑자기 떠나 집안의 사람들이 나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숙소는 옛날 식이었지만 (남자 사장이 청소를 해서 그런지) 깨끗하게 보였다. 지인인 듯한 사람에게 나는 그냥 와 봤다고 했다. 그가 "어제 왔으면 내가 여기 없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하룻밤 술상을 차리는 데 86천 원이라고 했다. 나는 술값이 너무 비싸다고 속으로 생각했고, 이 시각이면 교통수단이 모두 끊겼을 텐데 직접 차를 타고 올 걸, 생각했다. 꿈에서 나는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대로 숙소에 묶을 수도 없어 답답함과 낭패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교수님은 저기 묶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묶을 방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교수의 방이 보였고, 독립된 교수의 방은 차양이 쳐져 있어 으리으리하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교수라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고 작은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방도 좁은 공간이었다. 앉은 교수의 옆에 어떤 남자가 서서 도와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꿈속에서 생각했는지, 꿈을 깨고 나서 생각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꿈에서 본 교수가 외롭겠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고급스러운 방에 묶으며 낚시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주 좁은 공간이었다.
간밤에 꾼 꿈의 전부다. 꿈의 전반부는 없고 내가 어떤 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전반부도 꿈을 꾸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잠에서 깬 후, 내가 왜 그 숙소에 갔고 하룻밤 술값이 하필이면 8만 6천 원이었던 건지는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교수의 정체성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고 숙소에서 지인이었던 사람도 그렇다.
나 또한 그렇다. 배경은 어린 시절 같았지만 꿈에서 나는 성인이었다. 숙소도 서울에 있었던 것 같았지만, 뉴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가 묶고 있다는 차양이 드리운 방은 중국 영화에서 볼 법한 독립된 건물이었다. 방에서 바로 낚시를 하는 걸 보고 해안도시가 아닐까라는 생각해 봤다.
낚시가 취미도 아닌 내가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엊그제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이상하고 야릇한 꿈을 꿨었는데, 간밤에 꾼 꿈에는 모두 남자만 등장했다. 꿈은 낮에 경험한 일이나 갈등들을 우리 뇌가 재생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세계를 바꾼 4대 천재는 찰스 다윈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칼 마르크스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각각 생명체의 조상을, 시간과 공간을, 인간의 무의식을, 변증법적 유물론을 발견했으니 세계 4대 천재라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참 철딱서니 없는 저자라고 생각했다. 꿈해몽을 하자니 프로이트를 말할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꿈해몽으로 구글링을 해보면 그 내용들 거의 대부분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정신분석의 각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프로이트의 역작 <꿈의 해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충족하기 위해서 꿈을 꾼다는 것이다. 이 양반은 무엇이든 리비도의 발현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다. 예건대 꿈에서 지팡이나 송곳 등 길쭉한 것이 나오면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모자 등 움푹한 것은 반대로 해석한다.
프로이트 방식으로 위의 꿈을 해석하면 '낚시'라는 행위는 뭔가 특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낚싯대가 남성을, 수면이 여성을 상징한다면, 꿈속에서 그 교수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던 것일 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그 교수를 바라보며 그가 '외롭겠다'라고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인터넷에서 낚시하는 꿈해몽을 찾아보면 뭔가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꿈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나는 꿈해몽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일견 통찰력은 있을 것이다.
어젯밤 꿈과 연관시킬 있는 단서는 어제 아들과의 통화뿐인 것 같다. 아들이 "박사과정생이 논문 제출을 완료해서 오늘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갔다"라고 전했다. 아주 기나긴 박사과정을 보냈을 것이다. 지도 교수 두 분이 같이 달라붙어 논문을 마무리했다고 했다.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하면 '논문'이 '낚시'에 해당할 것이다. 나는 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박사과정생이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아들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앞으로 최소 5년이라는 긴긴 기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외롭고 힘들 것으로 내가 느꼈기 때문에 낚시하는 걸 내가 바라보는 꿈을 꿨을 수도 있다. 더구나 아들은 모태 솔로다.
그러나 하룻밤 술값이 꼭 찍어서 왜 8만 6천 원이었는지, 옛날 풍경의 숙소가 등장했는지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어떤 심리학자는 우리 뇌는 창조적인 연출을 즐기기 때문에 밤마다 꿈속에서 몽환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거라고 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그 술값이 비싸다고 돌아갈 생각을 하다 잠에서 깬 것 같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아들이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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