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내향인들에게
김상민의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왼쪽주머니, 2022)은 작가 자신은 틀림없는 내향인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책이다.
그러면서 세상의 수많은 내향인들에게 낯가림도 재능이니 그것을 무기 삼아 열심히 살아보면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낯가림이 심한지라 이 작가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내향인이 맞는지, 과연 그러한지 이 책을 읽어보았다.
작가 김상민 소개
낮에는 마케팅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책날개에 종종 십수 년 전 사소한 실수가 생각나 잠들지 못한다,라고 쓰여 있다.
《아무튼, 달리기》를 썼다.
낯가림의 재능 감상평
작가 김상민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내향인의 평화로운 정적은 산산조각 나기에 카톡을 선호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관계를 맺으며 충전하는 사람과 반대로 그런 얽힘 속에서 방전되는 사람이 있는 데, 작가는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고 말한다.
외향인은 생각과 감정을 잘 드러내지만 내향인은 곱씹거나 삼키거나 마음에 새기는 데 익숙하다고 구분 짓기도 한다. 하다못해 내향인은 책을 좋아하고 내향인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절로 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하는 가장 편리한 기준은 사회성이라고 강조한다. 김상민의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에는 이러한 자기주장이 두서없이 섞여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김상민은 아무리 잘 봐줘도 내향인은 아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프롤로그에서 그의 친구가 "네가 내향인이라고?"라고 했듯이 나 또한 작가는 그저 내향인을 부캐 정도로 가면을 쓰고 싶은 사람쯤으로 보였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은 지 성격을 지가 절대 알 수 없다. 정신과 의사라도 그의 말만 들어서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없다. 성격은 그 사람이 쭉 해 온 행동을 봐야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극작가가 말한 대로 그가 한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
- 소설가이자 극작가, 찰스 리더
이 말을 내가 만약 했다면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말했을 것 같다. 성격이 곧 생각이고 그 생각이 말로 나타나고, 말이 쌓이면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성격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행동은 운명이 된다.
그럼 작가 김상민의 성격을 알기 위해 그가 해 온 행동을 살펴보자. 그는 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했고, 대학은 경영학과를 갔다. 경영학은 딴 게 아니고 사람을 이용해 큰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공부하는 데다. 대학 때는 교환학생으로 스위스에 가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회사는 다닐수록 참 재미나는 곳'(116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MBTI 검사결과 10년째 인프제였던 작가는 인터넷에 방을 개설하여 내향인들을 초대하여 인프제 방을 운영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자, 어떤가? 내가 아는 찐 내향인들은 무리 짓는 걸 싫어한다. 자신이 분류되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래서 내향인들은 MBTI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인터넷에서 MBTI 검사를 했더니 자신이 내향인이더라, 고민된다는 글들을 가끔 봤다. 찐 내향인들은 MBTI 검사조차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MBTI를 신봉하고 MBTI에 소속감마저 느끼며 안락해하는 것 같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향인일까? 전형적인 외향인의 행동이 아닐까.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블로그에서도 댓글 소통마저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니까 말이다.
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했다는 건, 뭐 작가가 성적순이었다고 비틱에 가까운 변명을 하니 그렇다고 넘어가더라도 작가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교환학생으로 스위스에도 갔다. 찐 내향인들은 대개 이과를 선택하고 문과라해도 문사철을 선택한다. 작가는 경영학을 택했고 직업은 마케트를 택했다. 이 또한 높은 확률로 작가가 외향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증표가 아닐까.
그런데도 작가는 왜 자신이 내향인임을 그렇게도 강하게 주장하고 책까지 낸 것일까? 잘은 모르겠다. 다만 외향인, 내향인 구분도 지극히 주관적이라 그리 신뢰할 만한 방식은 못된다. 경제적인 이슈에는 우파 성향을 보이다가도 복지 이슈에는 좌파 성향을 보이는 이가 많듯이 사상이든 성격이든 뭐든 그렇게 무 자르듯이 싹 둑 잘라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MBTI에 애정을 보인다. 16가지라서 그런가? 혈액형 네 가지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식해서 그렇다지만 MBTI는 뭐지? 초중등생도 아니고, 그런데 왜 관심을 가질까, 다 큰 어른이.
뭐, 어쨌든 작가가 내향인이라고 우기면 그렇게 살면 된다. 어차피 외향인과 내향인도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별로 의미가 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니까. 아, 근데 회사를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는 내향인을 아직 보지 못했다. 찐 내향인들은 높은 확률로 회사를 일찍 그만두더라.
하나 더. 이 책의 글자크기는 큰데 줄간격은 좁아 읽기 피곤했다. 만약 이 책의 편집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개선했으면 좋겠다. 폰트도 익숙지 않고. 그리고 이 글 내용은 편견이 지나치게 들어간 글이니 무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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