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첫 예비군 훈련을 갔다.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대학 소재지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 첫 기차를 탔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해서 아들이나 나나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둘 다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한 덕분에 한 시간쯤 눈을 붙이다 깬 것 같다.
어제는 날씨가 그렇게 선선할 수가 없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매매가 울고, 오후들어 33도까지 치솟았다. 예비군 훈련을 어제 받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예비군 훈련을 혹서기에 이렇게 꼭 하다니. 국방부만큼 융통성 없는 조직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에서도 혹서기에는 훈련을 피하는 데, 예비군더러 휴가철에 훈련을 받으라니 정말 생각이 없다.
먼 동이 터오는 기차역에도 사람들은 언제나 붐빈다. 오늘은 승강장까지 올라까지 않고 바이 했더니, 아들이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늘 승강장에 올라갔었는데 말이다. 밤 11시 40분 기차로 돌아오니까, 예비군 훈련에 꼬박 19시간을 갖다 바치는 셈이 되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예비군 제도는 1968년, 김신조 사건에 쫄은 박통 때 창설되었다.
2022년 예비군 훈련시간 축소 변경
2020년, 2021년은 코로나로 예비군 훈련이 없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더러 2박 3일을 예비군 훈련에 생짜배기로 갖다 바치라는 건 아무래도 좀 아니다 싶다. 예비군 훈련이 전투력 증강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도 회의적이고 말이다.
그나마 올해는 예비군 훈련 시간이 단축되었다. 기존 1년 차에서 4년 차는 2박 3일 동원 훈련 또는 출퇴근 4일 훈련을 받았는데, 올해는 소집 훈련 1일과 원격훈련 1일로 대체한다고 한다.
아들의 경우, 주소지 예비군에 편성되지 않고 대학생 예비군으로 편성되다 보니,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훈련 일정도 학기 중에 안 하고 꼭 방학 때 실시하는 의도는 또 뭐람.
예비군 훈련을 출석 시간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던 교수가 있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예비군 훈련 일정 통보로 여행 일정을 취소하느라 위약금을 물은 청년들의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예비군이 창설된 지 60년 가까이 되어 간다. 이제 예비군도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현대전은 쪽수로 때우는 것이 아니니까. 폐지는 못하더라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든지, 시대 흐름에 맞게 원격 교육으로 대체하든지, 국방부에서는 좀 적극적으로 검토해 줬으면 한다. 국방부에 뭔 기대가 있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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