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머피의 법칙이 있더라. 좋지 않은 일들은 자꾸 반복되기 마련이라는 머피의 법칙. 오늘 내게도 머피의 법칙이란 것이 시작되었다. 새벽에 겨우 잠들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차 좀 빼 주시죠" 다급함이 섞인 음성이었다. 이중주차를 해 놓았었지. 앞으로 밀면 된다고 했더니, 주차 레버 당겨져 있는데요 했다. ㅠ
차를 빼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아, 씨이 뭔데 했더니, 검침원이 가스 정기점검이라고 했다. 왜 연락도 없이 오세요? 했더니 정기점검 하루 전에 문자를 다 발송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고, 마눌님이 전달해주는 걸 깜박했나 보다 했다.(저녁에 마눌님이 확인하더니 문자 온 것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제 진짜 눈 좀 붙여야겠다고 각 잡고 누워 있으려니 또 벨이 울렸다. 체념하고, 또 뭐예요? 했더니, 며칠 전에 아들 녀석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새로 주문한 의자가 비로소 택배 온 거였다. 하필 왜, 오늘?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어쨌거나 반가운 맘에 조립하는 걸 지켜보고 궁금한 걸 이것저것 물었다. 근데, 왜 아들은 지 물건인데, 지가 안 받지?
요것도 마눌님이 오늘 택배 온다고 전달하지 않았다. 그래도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묻지 않았다. 물으면 대답은 뻔하다. "어차피 집에 있는데,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야 돼? 바빠 죽겠구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백수가 하루 동안에 이렇게 바빴던 적은 없었으므로 이제 하루 동안 일은 모두 일어났다고 자위하며 찐 눈을 붙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꿀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꿀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공포의 초인종이 또 울렸다. 어이쿠, 하느님 맙소사! 굽어 살피소서. 뭐예요 했더니, 신선 배송이었다. 아~ 맞다. 이건 어제 내가 주문했었지, 깜빡하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1시였다.
머피의 법칙이란
쉽게 말해 될 놈은 가만히 있어도 되고, 안 될 놈은 어떻게 해도 안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머피의 법칙이다. 1949년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인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가 충격 완화 장치 실험이 실패로 끝나자,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Anything that can go wrong will go wrong)”로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패배주의라고 쉽게 말하곤 한다.
예컨대, 약속이 있는 날에는 꼭 야근 오더가 떨어지고, 늦잠 잔 날은 꼭 차가 밀리고, 열심히 일하고 잠깐 한눈 파는데 상사가 내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식이다. 미팅만 나가면, 제발 저 여자만 피했으면 하는데 꼭 그 여자가 당첨되더라는 거다.
그러나, 샐리의 법칙(Sally's law)도 있다
세상이 불공평한 것 같지만 이외로 공평할 때가 많다. 세상에는 머피의 법칙만 있는 게 아니라 샐리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샐리의 법칙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따왔다. 우린 친구가 절대 될 수 없다며 헤어진 해리와 샐리는 결국 짝이 된다. 될 놈은 어떤 경로를 거치든 결국에 된다는 거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될 놈은 호박을 심어도 수박이 열리는 법이니까. 진짜 될 놈은 로또를 할 수 없이 받긴 받았는데, 글쎄 긁었더니 1등이더라 거다. 오우, 대박!
신자유주의가 횡횡하다 보니 세상은 이제 확률 싸움이 되었다. 버터 바른 빵은 애당초, 버터 바른 쪽이 바닥에 처박힐 확률이 물리적으로 계산하면 50%가 넘기 때문에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거다. 확률적으로는 50% 이상인데 우리가 50% 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넘 머피의 법칙에 집착하거나 슬퍼하지 말란 거다.
그런데, 인간이 어찌 그렇던가? 우주는 언제 어디서든 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자꾸, 내게만 그런 일이 일어난대도 니가 자꾸만 그렇게 말할래?
사실, 생각해보면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두 자승자박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렇게 나쁜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첫 단추, 차 좀 빼주시죠 외에는 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사실, 그것도 내가 잘못한 거다. 그 외에는 오늘 일어나지 않았으면, 왜 오늘도 택배가 오지 않을까 하고 오히려 조바심을 태울 일들이다.
그럼, 머피의 법칙도 생각하기 나름인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샐리의 법칙도 될 수도 있단 말? 미팅 나갔을 때, 저 여자만 피했으면 하는 여자가 사실은 우렁각시 일지 그 누가 알겠는가?
오늘 내게 일어난 샐리의 법칙은 이렇다. 야근하시는 마눌 님을 픽업하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보통 야간 산책을 한다. 그런데 오늘, 마눌님이 엄청 피곤하시다 하여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나 혼자 야간 산책을 했다. 마눌님과 함께 산책을 하면 빡시게 해야 된다. 즐거움 마음에 혼자 산책하다 보니, 슬몃 딴 마음이 들었다.
에잇, 운동은 낼부터 각 잡고 하면 되는 거고, 오늘은 그냥 맥주나 사서 마시자. 그런데 시간을 보니 10시 25분이었다. 우리 동네 마트는 10시 30분이면 샤터를 내린다. 뛰어갔다. 마트에 도착하니 10시 31분. 샤터를 내릴 시각이라고 하면 사정할 생각이었다. 1분도 못 봐줄까? 10시 30분까지 영업하시죠?
"아뇨, 11시까지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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