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잘 고르는 방법과 수박 효능
오늘 모처럼 아내가 일찍 퇴근하여 같이 저녁을 먹고 야간 산책을 나섰다. 폭염경보가 내렸지만 밤 아홉 시가 넘어가면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있을 때, 와이프가 "오늘 수박이 많이 땡겨"라고 했다. 오우, 마누라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수박 맛보겠다 했더니, "아~ 자기는 올해 수박을 안 먹어봤구나"했다.
진로를 급 변경하여 동네 마트에 가서 수박을 고르는 법에 따라 수박을 골랐다. 수박도 잘 골라야 당도가 높아 맛이 있다.
① 싱싱한 꼭지와 작은 배꼽
수박은 꼭지부터 수분이 마르기 때문에 꼭지가 싱싱한 녹색을 띠고 있다면 수박 안쪽도 신선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꼭지가 완전히 녹색이면 아직 덜 익은 수박이다. 조금은 말라가고 있는 상태? 가 포인트다. 한때 T자형이라고해서 유행했지만, 요즘은 그냥 일자형이 대세다. 괜히 T자형 만든다고 농부들만 생고생했다.
줄기는 짧을수록 좋고, 줄기의 반대편에 있는 배꼽도 작아야 맛이 좋다. 배꼽 부분이 하얀색보다는 노란색에 가까운 수박이 더 맛있다.
② 살짝 두드리면 청명한 소리나야
수박을 두드렸을 때 '통통'하는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나야 제대로 익은 수박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수박은 속이 차고 잘 익을수록 청명한 소리를 낸다. 딱딱하면서도 둔탁한 소리가 나면 덜 익은 수박일 수도 있고, 퍽퍽한 소리가 나면 높은 확률로 너무 익은 수박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살짝 두드리지 않고, 세게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 애꿎게도 수박만 골병든다. 세게 두드리면 오히려 소리를 구분할 수 없으니 제발 그러지 말자.
사실, 수박을 두드려서 소리로 맛있는 걸 고를 수 있으려면 절대음감 비슷한 청감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마트에 진열된 수박들은 다 고만고만 녀석들이 나 사 가세요, 하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음감은 모른채 자꾸만 죄없는 수박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다.
그리고 이 방법은 고백하건대, 아주 어렸을 때 야심한 산골 밤, 수박 서리할 때나 써먹던 요긴한 방법이었다. 밤에는 줄무늬도 보이지 않고 오직 소리로만 익은 수박인지, 안 익은 수박인지 판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리할 때도 너무 두드리면 들키기 십상이었다. 그러니 두드린다고 길이 열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③ 윤기 나는 껍질과 선명한 줄무늬
수박은 일단 사이즈가 커야 맛있다. 모양도 원형(암컷)에 가깝거나 단타원형(수컷)으로 예쁘게 보이는 것이 맛이 있다. 그리고 껍질은 윤기가 졸졸 흐르면서 탄력이 있어야 당도가 높다. 윤기 나는 껍질에 선명한 짙은 줄무늬와 거기서 잘게 뻗어나간 미세한 줄무늬가 많은 수박이 제대로 키웠다는 것을 보증하는 징표이다. 하우스에서 촉성으로 키운 수박은 색이 대체로 연한 편이다.
이렇게만 하면 당도가 높고 잘 익은 수박을 고를 수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중에서 소리 확인 말고는 수박을 만지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수박을 고른답시고 수박에게 테러 수준의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그러지 좀 맙시다~.
우리가 고른 수박은 요놈!
동네 작은 마트라 수박이 통틀어 6통 있었다. 그중에서 줄무늬가 제일 짙게 선명하고 싱싱한 꼭지가 붙은 요놈을 13,800원을 주고 골랐다. 아마도 늦은 시각에 마트에 간지라 요놈보다 굵고 짙은 줄무늬 수박들은 먼저 팔려 나갔을 것이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 들고 오는데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아내가 혼자 들 수 있겠어?라는 말에 당연하지, 했는데 절반도 못 와, 존심 구겨지는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같이 들고 가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군침을 삼키고 있는데, 와이프가 솜씨 좋게 단번에 수박을 쭈우욱 갈랐다. 짠!
아이코, 기대와는 달리, 수박이 고루고루 선명하게 잘 익지는 않은 듯한 색깔이다. 꼭지가 너무 싱싱한 거라 조금 더 익어야 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오늘 먹자고 산 거인데, 와이프가 먹기 좋게 썰었다. 나는 아직 수박을 폼나게 자를 줄 모른다. 사과는 깎겠는데, 수박은 안 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ㅠ
수박을 한 입 아싹 베어 물었더니 달달함이 느껴진다. 생각보다 당도가 높은데? 수박을 먹을수록 달달한 과즙이 모세혈관으로 스며들며 온 몸으로 뻗어나가는 시원함을 만끽했다. 새끼손가락의 세포가 일어나고, 발가락 마다에서도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미각 세포들이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자기가 올해 처음 맛보는 수박이라 그런가 봐"
수박 효능
수박이 빨간색인 이유는 리코펜 성분 때문이다. 토마토도 리코펜으로 붉은색이지만 수박이 훨씬 많은 리코펜을 함유하고 있다. 리코펜은 믿거나 말거나 암과 당뇨병, 심장마비를 억제하거나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달달한 과즙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건 시트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트롤린은 혈액을 몸 전체로 이동시키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니까 신진대사에 좋다.
이 외에도 수박이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 A, B6, C가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베타크립토산틴 성분은 관절에,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수분 유지에, 심지어 노화 예방과 근육통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정보들을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수박 효능을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 급이다. 수박만 그런 게 아니다. 식당마다 붙은 동의보감 어쩌고 저쩌구로 시작하는 대자보를 보면 모든 식품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다. 허균 선생이 환생하여 본다면 기가 찰 노릇이겠다.
음식은 그저 음식으로 대하자. 식탐을 부리지 말고 뭐든, 주어진 대로 고루고루 먹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아닌 비결이 아닐까? 그나저나 수박 한 통에서 삼분의 일쯤 먹었다. 남은 건 수박화채를 할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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