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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한국소설

박범신 소금 줄거리와 해석, 아버지에 의한 아버지들을 위한 소설

by 로그라인 2024. 7. 10.

소설가 박범신은 1980년대만 해도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작가로서 정점을 한참 지난 박범신은 한겨레 신문에 장편 소설 <소금>을 연재했다. 그는 문단에 데뷔한 지 40년이 되던 해인 2013년에 40번째 소설로 <소금>(한겨레출판, 2013)을 출간했다.

작품 배경

소설가 박범신은 문단 데뷔 이래 한 해 한 권 꼴로 소설을 썼다. 소설과 영화 <은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박범신은 <소금>을 고향 논산에 은둔하며 2년여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도 논산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 대하여 가진 애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소설 <소금>은 자본의 폭력성을 다룬 박범신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일컬어진다. 3부작의 나머지는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이다.

작가의 말에서 <소금>은 염부의 아들이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성찰하고, 나아가 자본의 폭력성에 대하여 '발언'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소금이 짠맛과 신맛, 단맛과 쓴맛, 그리고 매운맛을 낸다고 말한다. 처자식을 위해 아버지 선명우가 겪었던 소금과도 같은 인생의 온갖 맛들이 <소금>에 담겨 있다는 말이다.

소금 줄거리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이혼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시인이다. 나는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우연히 시우를 만난다. 시우는 10년 전, 자신이 스무 번째 생일날 가출한 아버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어느 날, '나'는 강경에서 젓갈 장사를 하는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을 찾아가게 되고 청동조각처럼 생긴 김을 만나게 된다. 청동조각 김은 장애와 병을 가진 두 딸을 데리고 사는 전신 마비 남자와 함열댁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나'는 청동조각 김이 시우가 찾고 있는 아버지임을 알아보게 된다. 청동조각 김은 옥녀봉에서 소금집을 하며 살아가는 기막힌 사연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청동조각 김의 아버지는 고된 노동을 하며 자식을 키웠으나 염전에서 쓰러져 죽었다. 청동조각 김은 커서 부잣집 딸인 시우 어머니와 결혼을 해 딸 셋을 낳았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처자식은 소비의 괴물이 되어갔다. 그렇지만 자신은 암에 걸리고 말았다.
청동조각 김은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로 했다. 막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가출을 했다. 그리고 염전을 공부하며 장애를 갖고 사는 가족들을 만나 10년 간 그들을 돌보며 내 인생을 찾게 되었다.

독후감

소설은 선명우가 '우연한 사건'으로 처자식을 등지고 가출한 후에 참 인생을 살아가게 됐다는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소금>의 초반부와 중반부는 상당히 잘 읽혔다. 특히, 생경한 우리말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잘 쓰이지 않는 어휘를 만나면 무작정 인사를 하고 친해지고 싶은 버릇이 있다. 이 소설에서 '휑뎅그렁하다', '에푸수수하다', '해낙낙한', '나붓나붓'과 같은 어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사전을 찾아보고 뜻을 몇 번이나 새김질했다.

생경한 우리말이 빚어내는 신선한 느낌이 소설 속 상황과 잘 어우러져 힘이 실린 문장을 대면하는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소금>의 초반부에는 그런 기회가 제법 많아서 좋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소금>은 소설로서의 지위를 급격하게 상실하고, 대신 우리 앞에는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는 왜장치는 논객이 불쑥불쑥 나타나 활보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깔대와 빨대론이 나오고 자본의 폭력성을 거칠게 말하지만 소설가 박범신이 말하는 논조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다급한 마음을 헤아릴 듯하고, 선명우의 첫사랑 '세희'를 생각하면 몰강스러운 세월의 그림자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아버지들의 돌아누운 굽은 등을 한 번이라도 웅숭깊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늙은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지 않는 자식이기를 바랐다.  

잉여 재산이 부르는 과소비를 바판하며 염전에서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던 아버지들처럼 세상에 이로운 소금이 되기를 바랐다.  

책표지
좀 유치하고 노골적인 책표지

<소금>을 읽고 청동조각 김처럼 참된 인생을 산답시고 불쑥 가출을 결행할 아버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는 하지 마라. 아들은 커서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또 그의 아버지처럼 죽어갈 뿐이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식 빨대가 두려워서 무책임하게 가출을 한다 말이던가. 

이 소설의 한계는 세대 간의 불화를 개인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비판하는 자본의 폭력성을 극복하려면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실타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 등에라도 빨대를 꽂지 않으면 도저히 살 길이 보이지 않는 자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그렇고, 작가 박범신은 영화 <은교> 촬영 당시 성희론 논란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는지, 이 소설도 반 페미니즘 문학으로 읽혔다. 나도 이제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남편이나, 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고통이 있고 굽은 등은 있게 마련이다. 누구는 고생하며 살고 있고 누구는 등만 처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 고생하며 현생을 살아가는 존재들인 것이다.

아버지 세대보다 현재의 청년들이 오히려 더 어려운, 심지어 단군 이래 최고로 힘든 세대라는 분석도 있지 않던가. 아무튼, 문학에서마저 세대 갈라치에 집중하니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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