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줄거리와 배꼽빠지는 명상의 세계
명상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도서관에서 기막히게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독일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가 쓴 <명상 살인>(세계사, 2021)이라는 추리소설이다. 명상으로 살인을 한다? 제목만 봤을 때는 동양의 저주와 같은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의 서양 버전인가 생각했었다.
책 뒤표지에 소설가 장강명은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진짜 재밌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라고 썼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책장을 펴자마자 그 기발함에 매료되어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라고 썼다.
이 양반들이 돈 몇 푼 받았다고 공치사를 이렇게도 심하게 하나 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명상 살인을 다 읽고 나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다. 명상 살인은 음, 진짜 재미있어서 화장실에도 들고 가게 되는 그런 추리소설이다.
작가 카르스텐 두세 소개
이렇게 재밌는 추리소설을 쓴 작가 카르스텐 두세는 독일 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양반이다. 수년간 방송작가로도 일했고, 독일 코미디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독일 방송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그림메 상'후보에도 올랐다고 했다.
최근에는 주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데, 그가 처음으로 쓴 추리소설 명상 살인은 출간되자마자 독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106주 연속 슈피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100만 부를 판매했다.
명상 살인 2도 1위를 차지했고, 명살 살인 3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명상 살인 시리즈는 누적 2백 만부를 돌파했는데, 명상 살인 줄거리와 탄탄한 문장력을 보면 앞으로 더 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보다 더 포복절도할 사건들이 조용한 명상의 세계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좌충우돌 이어진다.
명상 살인 줄거리
이 추리소설의 주인공도 변호사이다. 그것도 매우 성공한 형법 전문 변호사 비요른 디멜이다. 그는 진하늘색 명품 슈트에 커프스 버튼을 채운 흰 셔츠를 입고 푸른색과 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호화로운 집무실로 출근하며 10만 유로 단위의 월급을 받고 있다.
비요른의 주 고객은 드라간 세르고비츠 씨이다. 드라간은 잔인한 포주일 뿐 아니라 거물 딜러, 무기 거래상이다. 비요른은 드라간의 사업을 검찰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합법적인 업체로 위장시키고, 잔인한 포주에서 존경받는 사업가로 탈바꿈시켜주는 댓가로 로펌에서 큰돈을 벌고 있다.
그에게는 소중한 딸과 멋진 아내도 있었다. 그런데 아내 카타리나는 그의 일을 못마땅해했다. 비요른이 일에만 매달리는 통에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보험사의 팀장직을 포기한 것도 그녀의 불만이었다.
카타리나는 워라벨을 내팽개친 남편을 위해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소개해준다. 그러니까 추리소설 명상 살인은 비요른이 아내의 소개로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너에게 상담받으러 가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1장 '명상'에서 37장 '죽음'까지로 이어지는 이 추리소설은 매 장마다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너가 쓴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이라는 책자에서 인용한 구절로 시작한다.
일테면 2장 '자유'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은 자유롭지 않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강박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자다."
요즘 명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터라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지침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강박에 곧장 사로잡히지 않던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진짜 되고 싶었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튼, 비요른은 요쉬카 브라이트너 선생에게서 12주간 명상 훈련을 받으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깨닫게 된다. 덤으로 아내의 신뢰도 점차 회복하게 된다.
비요른은 '바다에서 가라앉아 익사하지 않으려면 당신만의 시간의 섬을 창조해야 한다.'라는 명상가 브라이트너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주말 1박 2일 동안, 폰도 꺼버리고 오직 딸 에밀리와 함께하는 시간의 섬을 갖기로 한다.
비요른이 에밀리와 함께 호숫가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며 폰을 끄려는 찰나, 드라간에게서 지금 당장 만나자는 긴급 전화가 온다.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서 드라간을 만난 비요른은 그가 어이없는 대형사고를 친 것을 확인하고는 경악한다.
드라간은 한 밤중 고속도로 주차장에서 경쟁조직의 이인자 이고르의 엉덩이에 불을 붙여 그를 패 죽였다. 그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때 마침 열두 살짜리 아이들 50명을 실은 버스가 주차장에 들어왔고 아이들이 동영상을 찍어 올렸기 때문이다.
비요른은 딸을 위한 시간의 섬이 드라간 때문에 망쳐지고 있다는 것을 억울해하면서도 일단 경찰의 긴급 수배를 피하기 위해 드라간을 그의 자동차의 트렁크에 태워 호숫가 별장으로 가기로 한다. 드라간은 자동차 트렁크에 타면서 그의 비서 샤샤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비요른이 나를 숨겨주고 내가 없는 동안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알려줄 거야.
관리자들에게 그렇게 전해."(102쪽)
드라간의 이 말은 비요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발언이 된다. 비요른은 드라간을 트렁크에 태우고 호숫가 별장으로 가면서 드라간을 개작식이라고 분개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12주간의 명상 훈련도 물거품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비요른은 드라간의 뒤에서 조종만 했는데,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요른은 침착하기 위해 명상가 브라이트너의 다음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긴장을 느낀다면, 다음 세 가지를 분명히 떠올려야 한다.
1.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2.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3. 어떤 것도 평가할 필요가 없다.
딸 에밀리와 함께 호숫가 별장에 도착한 비요른은 명상 선생의 가르침대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으며 다만, 지금 현재를 딸과 함께 즐기고자 한다. 트렁크에서 드라간을 꺼내는 순간, 딸과 함께하기로 한 주말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갈등 끝에 그의 내면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요른은 마침내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트렁크에 있는 드라간은 잠시 내버려두고 딸 에밀리와 호숫가에 앉아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낚시도 하고 수영을 하면서 멋진 주말을 보내기 시작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방치된 트렁크는 표면 온도가 59.7도까지 올라갔고, 비요른이 주말을 딸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는 동안 드라간은 트렁크에서 죽어갔다.
자, 이것이 변호사 비요른이 그의 43년 인생에서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이었다. 이후 비요른은 드라간 대신 조직을 추스르고 경쟁 조직을 무마하고, 또 경찰을 따돌리는 아슬아슬한 긴장 상황 속에서도 매순간 명상에서 답을 찾으며 명상의 힘으로살인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추리소설 명상 살인 시리즈 영화화
추리소설 명상 살인을 읽는 묘미는 명상가 브라이트너의 아포리즘을 읽는 재미와 명상의 가르침을 비요른이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며 사건을 쫀득쫀득하게 해결해 나가는 긴장감이 줄거리에 잘 녹아 조화를 이룬다는 데 있다.
명상 살인 2(2022년 1월)와 명상 살인 3(2022년 4월)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영화로 만들어도 엄청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제작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놈들 참 빠르다.
주말 오후, 살인의 현장조차 키득거리며 볼 수 있게 하는 예측불허의 명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이 이야기를 장르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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