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은 일방적 중단의 함의
마침내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는 기사가 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중단할 줄은 몰랐다. 도어스테핑을 하던 대통령실 1층 공간에 가림막 공사를 하더니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 한댄다.
침고로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말 그대로 주요 인사가 문을 드나들 때를 기다렸다 간단한 문답을 주고받는 걸 일컫는 말이다. 이걸 약식 기자회견으로 번역해서 쓰고 있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는 기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 문 앞에서의 기습적인 취재를 하는 부정적인 용어로 도어스테핑이 쓰인다. 파파라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통령실이 굳이 이 용어를 쓰는 것도 의뭉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일방적 중단 사유를 이렇게 밝혔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 대통령실이 말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이 뭔데?
11월 18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기자가 무엇이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고 질의했고, 윤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곧바로 MBC 기자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고성이 오간 설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후 여권 고위 인사도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싣고 있었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메신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어 스탬핑,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은 21일 SNS에서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이를 중단한다니,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 봐 우려된다"라고 썼다.
그래 맞다. 누가 도어스테핑을 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나? 용산 시대를 연다고 하면서 도어스테핑을 지들이 스스로 시작했는데, MBC 기자가 예의가 없다고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고 한다. 그럴 거면 시작을 말지, 가볍기가 참새 깃털만 못하다.
이게 말이 되나? 일국의 대통령실이 한 언론사, 한 기자의 행태가 맘에 안 들어서 그렇게 자랑하던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나.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일개 언론사의 기자가 잘 못 했으면 그 기자의 잘못을 사법적으로 따질 일이지 그 핑계를 들어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말이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대통령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는 기관이다. MBC도 당연히 언론기관이다. 한 언론기관의 입을 막는 것은 사법 기관만이 할 수 있다. 지들 기분 나쁘다고 그 어떤 언론기관의 입도 틀어막을 자격이 대통령실에는 없다.
더 비겁한 것은 그 기자가 슬리퍼를 싣었고,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니 바쁘면 슬리퍼가 아니라 맨 발로도 뛰어갈 수 있다.
프리 스타일을 강조할 때는 언제고 기자가 넥타이 매지 않았다고 지적질을 하다니 이게 꼰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우리나라는 다시 꼰대의 나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용산 시대를 연다고 했는데, 용산 시대가 뭔지 나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용산 하면 피지도 못하고 사라져 간 꽃다운 청춘들만 떠오르니 하는 말이다.
권력은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한가하게 기자에게 예의를 차리라는 말을 한다. 그래 봤자 5년짜리 권력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없다고 그렇게 함부로 나댈 일은 아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