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이야기/외국소설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줄거리와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 세 가지

by 로그라인 2024. 6. 23.

러시아의 소설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 - 1910)는 대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 그의 대작으로 소환된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흑 속에 진주 같은 단편도 썼다. 대표적으로 1881년 발표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그런 단편 중 하나로 그의 종교적 인간애와 도덕적 자기완성을 향한 노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단편 10편을 묶은 이 단편집은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러시아 소설 중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가장 많이 읽은 작품집에 속한다. 각 출판사마다 이 단편집은 거의 번역출간했는데, 최근으로는 출판사 현대지성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2021년 펴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 표지
현대지성 번역출간본 표지

사실 나에게는 <전쟁과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안나 카레니나>도 잠 오는 이야기여서(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더 심했다) 그의 소설들이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나 예쁨을 받았다는 것이 의아하긴 하다.

인생의 정점에서 모든 부귀와 영광이 헛된 것이라고 깨달은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표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노라고 선언해 버렸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는 손녀를 발견한 그는 왜 그런 쓸데없는 소설을 읽느라 귀중한 너의 시간을 허비하느냐고 나무랐다고 한다. 

그 후 톨스토이는 여러 편의 철학동화들을 발표하면서 종교적인 톨스토이즘을 세상에 내보였다. 말년에는 마누라와 크게 싸움을 하고 가출을 했고, 가출 10일 만에 간이역, '아스타포보 역'(지금은 톨스토이 역으로 개칭됨)에서 폐렴으로 83년의 인생을 마감했다. 부부가 싸운 이유는 톨스토이가 모든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화 같은 세 편의 단편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글에서는 단편집에서 인상 깊었던 3편의 줄거리와 느낀 점을 소개한다. 표제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제는 사랑의 힘이다. 톨스토이는 세몬의 집에 찾아온 미하일이라는 천사의 입을 통해서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착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인간은 사랑의 힘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현대 자본주의를 축성해 온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말이다. 애덤 스미스(1723 - 1790)가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글쎄 누구 말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둘 다 아주 정확한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단편은 헐벗은 미하일을 내버려 두지 않고 집으로 데리고 온 세몬과 그의 아내의 마음에 깃든 사랑, 두 고아를 보살펴 준 한 여자의 진실한 사랑들이 모여서 사람들은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톨스토이는 기독교적인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검소한 생활은 물론 농노의 자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직접 농부의 옷을 입고 쟁기질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짐승같이 처참한 삶을 이어가던 19세기 러시아 민중들의 고난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한 작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조그만 시골역에서 82세의 생을 마감한 그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사실 과학과 교회를 부정한 톨스토이의 철학과 사상도 미심쩍었으나, 아스타포보 역장 숙직실에서 남겼다는 그의 생의 마지막 말을 상기해 보면, 그는 진실로 그의 진심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농민들... 농민들은 어떻게 죽지?"
- 톨스토이가 아스타포보 역에서 남긴 것으로 알려진 마지막 말.

2.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이 단편에서는 톨스토이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부질없다는 깨달음을 준다. 주인공 바흠의 그칠 줄 모르는 땅에 대한 욕심은 죽음을 불렀지만 결국 그에게 필요한 땅은 자신의 시신을 묻을 2미터가량의 공간뿐이었다.

‘땅은 많이 차지했지만 하느님이 나를 그 땅에서 살게 하실까? 내가 나를 망쳤다.’며 죽음을 앞둔 바흠은 후회한다. 부동산이, 주가가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사람들은 바흠의 후세들이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려고 하는 욕심은 어느 순간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마련이다.

3. 바보 이반

세 번째 동화 <바보 이반>에는 19세기 차르체제 당시 러시아의 민중들의 모습에서 찾은 톨스토이의 깨우침이 녹아 있다. 군인인 첫째 형 세몬과 상인인 둘째 형 타라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권력욕과 재력에 눈먼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반은 자신의 고통도 아랑곳 않고 쉼 없이 쟁기질과 낫질을 하고, 심지어는 임금이 되어서까지 삼베옷에 짚신을 신고 일을 한다. ‘손에 굳은살이 배긴 사람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이반의 말처럼 톨스토이는 묵묵하게 쟁기질을 하는 민중이야말로 하느님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여겼다.

사람답게 만드는 세 가지 덕목

톨스토이의 단편들이 말하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 탐욕을 버리는 것, 묵묵히 일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사람답게 만드는 세 가지 덕목이다. 이것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사회,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만 있는 사회, 노동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만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톨스토이의 동화들은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한 덕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간 땅 욕심, 돈 욕심을 부렸던 수많은 바흠의 후세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모두 배울 만큼 배웠고 가질 만큼 가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었다.

톨스토이가 이러한 동화를 썼던 까닭은 사람답게 사는 길이 학벌이나 재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화같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쉽고 단순한 지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부터 이웃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도록 노력하고 탐욕도 조금이나마 들어내려고 노력을 해봐야겠다. 그런데, 그게 늘 잘 되지는 않더라. 이 책을 읽고 오늘부터 다시 노오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