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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차도하 침착하게 사랑하기

by 로그라인 2022. 9. 7.

차도하 시인의 첫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위즈덤하우스, 2021)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젊은 친구가 쓴 책이다. 차도하 시인이 1999년생이니까 우리 아들딸과 같은 또래다. 

차도하 시인은

자기소개 잘 못하는 사람.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한국예술 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 다니고 있다.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침착하게 사랑하기」가 당선되며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이력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간단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그래서 에세이집을 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스물셋에 죽고자 했으나 책을 내어 다행이다.(책날개에서)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어른을 향한 차도하의 오래 준비한 선전포고다. 그녀의 성정은 강하고 굳세다. 그럼에도 예민한 감수성이 깊은 곳에서 번뜩인다. 보기 드문 성격 조합이다.

차도하는 여는 글에서 "나는 자의식 과잉이다(···) 나는 들키고 싶은 걸까. 남을 읽고 싶다는 마음. 남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에세이를 쓴다. 에세이를 읽는 사람도 자의식 과잉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구구절절 써놓은 에세이집을 들춰볼 리 없다."며 선빵을 날리고 시작한다.

먼저, 차도하의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침착하게 사랑하기' 전문을 음미하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어떤 시이길래 젊은 친구에게 당선작이라는 수상의 영예를 안겼을까?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빛과 함께 내려올 천사에 대해, 천사가 지을 미소에 대해 신이 너무 상세히 설명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이미 본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왔다

저를 저렇게 사랑하세요? 내가 묻자
신은, 자신은 모든 만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만 사랑하는 거 아니시잖아요 아닌데 왜 이러세요 내가 소리치자

저분들 싸우나 봐, 지나쳤던 연인들이 소곤거렸다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

신의 목소리가 멎었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걸음이 멀어지자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게 때린다
(138-139쪽)

차도하의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과 종교에 대한 차도하식 선전포고다. 신은, 자신은 모든 만물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걷는다. 철저하게 신의 방식이다. 그러나 차도하는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는 절절한 마음이 읽힌다.

몸에 든 멍은 신앙으로는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될 수도 없다. 다만, 신은 연인들의 걸음이 멀어지자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차게 때릴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런 신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고, 그런 어른들도 질리게 많이 보아왔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표지
책표지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어린 차도하는 가정폭력 아래서도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아빠가 그녀를 학대했고, 엄마와 오빠도 그녀를 때렸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1장에는 차도하의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참담한 광경과 경북 영천에서의 여고생 시절이 녹아 있다.

차도하는 그 시간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절망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아빠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빠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차도하의 글을 읽고 마음이 무거웠다. 한 세대가 흘렀건만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절망감.

가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하던 차도하는 학창 시절 교사가 친구들에게 성희롱하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했다. 사회에서는 동묘앞역에서 성매매를 하는 아저씨들을 목격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차도하는 시인이 되었고, 에세이집을 펴냈다.

동묘앞역 80쪽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에는 누군가는 경험했지만, 아무나 결코 쓸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당돌한 문장에 날 것으로 퍼뜩 인다. 이렇게 풋풋하게 쓴 글은 본 적도 없었고, 이렇게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용기도 본 적이 없었다.

차도하는 동성연애를 하며, 애인과 커플 유튜브를 하는 사연도 틀어놓았다. 유튜브를 시작한 후 엄마는, 엄마 생각은 안 하냐며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어떻게 수군댈지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제발 평범하게···." 펑펑 울었다.

차도하는 사람들 시선에 승인되는 것이 평범한 것이라면, 난 그냥 비범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얼마나 힘들고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심정은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차도하는 1년 365일 중에 300일은 우는 것 같다고 탄식한다.

글쎄, 잘 모르겠다. 차도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고 아렸다. 하지만 왠지 그녀에게서 희망 같은 것도 느꼈다. 차도하는 성폭력 가해자가 관련된 출판사의 청탁, 원고료를 밝히지 않는 청탁, 시 2편에 5만 원이었던 청탁은 거절한 에피소드를 밝히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기로 다짐한다.

1990년대생 에세이스트 이슬아도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필요로 한다. 그들만이 소금이 될 것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아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차도하 시인님 힘내세요! 부디, 유년과 청춘의 아픔들이 오늘의 꽃이 되는 씨앗이 되도록 보듬어주고 안아주시기를, 귀한 감수성이 마르지 않도록 스스로 잘 보살피시기를, 비록 늙은이지만 이렇게 멀리서나마 청춘의 한때를 그리워하며 응원하는 사람도 있음을 가끔 상기하시기를, 그리고 늘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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