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들이 눈여겨 볼만한 책 한 권이 나왔다. 리비 호커가 쓴 이야기의 핵심(한스미디어, 2022)이라는 책이다. 끌리는 이야기를 빨리, 완벽히 써내는 비결은 이야기 핵심과 뼈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작법서이다.
저자 리비 호거
2011년 독립 출판으로 시작한 <세크 메트의 침대>를 비롯해 2022년 출간한 <예언자의 아내>까지 장편 소설을 모두 26편 썼다. 그는 대개 이야기 뼈대를 짠 지 3주 만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한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의 <밤의 너덜너덜한 가장자리>(2018)는 워싱턴 포스터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워싱턴 주립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야기의 핵심은 어떤 책인가
소설 한 편 완성하는데 3주라니?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드물게 그런 재능을 타고난 작가들이 더러 있다. 리비 호커는 그 비결을 소설을 쓰기 전에 미리 이야기의 뼈대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리비 호커가 소설을 쓰기 전에 이야기 뼈대를 미리 짠 경험을 담았다. 그는 이야기의 뼈대를 미리 잡아서 소설을 썼더니 3주 만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더라, 작가 지망생들도 이 방법으로 소설을 한 번 써보라고 강권한다.
작품 하나당 평균 대략 4시간 정도면 이야기 뼈대를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소설 20편 이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그가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데 고작 3주면 충분했다고 하니까, 이 얼마나 벼락같은 비결인가. 그 비결을 담은 <이야기의 핵심>이 183쪽에 불과하니 두 시간 남짓이면 읽을 수 있다. 자, 빨리 읽어보자.
이야기 뼈대 5가지 핵심 요소
리비 호커가 소설들을 쭉 읽어보니 모든 이야기에는 5가지의 핵심 요소가 있더라는 것이다. 즉, 어떤 소설이든 좋은 이야기는 모두 완벽하게 똑같은 이야기의 본질을 가지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 뼈대의 5가지 핵심 요소는 이렇다.
1. 중심인물이 있다(주인공)
2. 중심인물이 무언가를 원한다(외적 목표)
3. 그러나 그걸 쉽게 얻지 못하도록 방해받는다(적대자)
4. 그래서 거기에 저항해 고군분투한다(플롯)
5. 마침내 성공하거나 실패한다(결말)
자, 어떤가?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당신이 감동받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떠올려 보라. 작가가 말하는 이 핵심 요소 5가지가 들어있지 않던가?
맞다. 모든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은 뭔가를 원한다. 주인공이 뭔가를 원하면 그것을 방해하는 적대자가 꼭 나타나기 마련이고, 주인공은 적대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마침내 성공하거나 실패하지 않던가.
우리 인생도 그렇다. 태어나자마자 뭔가를 얻기 위해,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하거나 실패해서 최종적으로는 죽음을 맞이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러면 모든 인생의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리비 호커의 주장에 의하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면 주인공이 안타까워져야 한다. 안타까움은 주인공이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을 때 생겨난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마침내 그 결함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에 우리는 감동할 수밖에 없다.
리오넬 메시와 카타르 월드컵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 그 중심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세계의 수많은 팬들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며 열광했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은 하루 만에 '좋아요' 5천만 개 이상을 받았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벨리스크 광장은 인파로 꽉 채워졌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던 열 살의 리오넬 메시는 매일 밤 다리에 호르몬 주사를 맞는 고통과 먼먼 이국땅의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며 축구계의 별로 성장해 갔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그 이야기의 정점을 찍었고, 메시는 영웅이 되었다.
메시가 아무런 시련을 겪지도 않고 축구 스타가 되었다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이 100%에 달하는 경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메시의 이야기는 자국민들에게 메시아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바로 실화가 가진 힘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도 그랬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했다. 작가들은 상상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이야기 뼈대를 만드는 과정
아무튼, 저자 리비 호커는 자신의 소설 <타이드워터>의 이야기 뼈대를 예시로 들면서 이야기 뼈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빠르게 설명한다.
<이야기의 핵심>을 다 읽고 나면 소설 한 편 쓰는 것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작법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지 않은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뜰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이야기의 뼈대는 수많은 작법서에서 기초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 또한 존 트루비의 <이야기의 해부: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기 위한 22단계>를 작가 나름대로 변용해서 쓴 책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이야기의 뼈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에 있다. 모든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적대자와 싸우지 않던가.
그 과정을 얼마나 몰입도가 높은 세밀한 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느냐가 작품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 비결은 이 책에는 당연히 없다. 그건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내밀한 세부 영역에 해당하는 거니까.
그럼에도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읽어볼 만한다. 현역 작가답게 작가 지망생이라면 기초적으로 알고 있어야할 내용들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쓴 작법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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