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서시와 참회록 : BTS, 윤동주를 만나다
책을 읽으면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는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이 참 많다. <BTS, 윤동주를 만나다>(휴머니스트, 20210)의 저자 공규택도 그렇다. 학생들 가르치기에도 버거울 텐데 언제 이렇게 연구를 했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출간한 책도 여러 권이다.
저자 공규택 프로필을 보니 경기과학고 국어교사다. 광역시도에서 실력 있는 교사들만 모인 곳이 영재고등학교로 알고 있다. 영재들만 모인 학교이니 일반고보다는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어디 만만한 일이던가.
저자 공규택 소개
오랫동안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필진으로도 활동해 온 현직 경기과고 국어교사. 읽기 교육과 논술 및 토론 교육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어시간에 케이팝 읽기>, <국어시간에 노랫말 읽기>(공저),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신문 활용 논술 학습서 <꿩 먹고 알 먹기>, <신문 활용 교육 사례집> 등이 있다.
BTS, 윤동주를 만나다 소개
이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듯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거나 BTS를 좋아하는 분들의 눈길을 끌 만하다. <BTS, 윤동주를 만나다>는 윤동주의 시와 BTS 노랫말을 비교하면서 시대는 달랐지만 시인과 뮤지션이 같은 청춘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예컨대 윤동주의 시 <참회록>과 BTS의 노래 <Answer: Love Myself>를 비교해 보면 청춘의 고민과 감성을 같이 공유하고 있었던 청년이라는 설명이다.
윤동주 참회록 (전문)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시인 윤동주는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거울을 닦으며 성찰의 밤을 보냈고, BTS 역시 거울을 들여다 보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거치며 미래에의 희망을 노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BTS, 윤동주를 만나다>는 시 16편과 그에 상응하는 노랫말을 인용하며 작가 나름의 해설을 했다.
시 참회록과 노래 Answer: Love Myself에서 보듯이 시 구절과 노랫말의 공통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견강부회한 측면도 많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청소년들에게 시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시인 윤동주의 짧은 생애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이다. 1917년 12월 30일, 만주 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명동 소학교 5학년 때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월간 잡지 <새명동>을 등사판으로 펴냈다.
윤동주는 명동 소학교를 졸업하고 명동촌에서 20여 리 떨어진 중국인 마을 소학교에 편입했다. 이 때의 추억이 시 <별 헤는 밤>에 고스란히 실려있다.
윤동주는 1935년 9월에 평양 숭실중학교로 전학했고, 1937년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연세대 전신)에 입학했다. 송몽규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숟가락'으로 당선된 당시 유명 문인이었다.
1941년 연희전문 졸업을 앞두고 윤동주는 자작시 19편을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자필 시집 세 부를 만들었다. 이 시집은 이양하의 권고로 출판 보류 되었다가 정병욱에 의해 1948년에야 유고집으로 출판되었다.
1941년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과에 입학했고, 1943년 송몽규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윤동주는 2년 형, 송몽규는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된다.
1945년, "2월 16일 동주 사망, 시체 가지러 오라."라는 전보 통지서가 간도 명동촌의 집으로 날아들었다. 그로부터 23일 뒤 송몽규도 사망했다. 윤동주의 부친 윤영주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푸른 죄수복을 입은 조선 청년 50여 명이 (생체 실험용)주사를 맞으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시인 윤동주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시인이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연약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시인은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갔다.
윤동주의 서시는 시인의 짧디 짧은 생애를 관통하는 시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암송할 때마다 슬픔이 차오르는 시이다.
[윤동주의 생애는 장석주의 <나는 문학이다>(나무이야기, 2009)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윤동주, BTS에게
하늘과 별과 바람의 길을
열어 주다 ★★☆
누가 뭐래도 요즘 최고 인기 뮤지션은 BTS이다. 제명도 그래서 BTS, 윤동주를 만나다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야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펴 볼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래도 윤동주를 주어로 삼지 않은 아쉬움은 남는다. 윤동주와 같은 고뇌하고 번민하며 암울한 어둠의 새벽을 홀로 걸어갔던 청춘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BTS와 같은 빛나는 청춘도 있을 것이다. BTS의 소속사는 오늘에서야 '맏형 진을 필두로 각자 순서에 따라 입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무튼, 대중가요 노랫말을 통해 처연함으로 빛나는 윤동주의 시 세계에 입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청소년기에 시와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생에게 윤동주의 시 세계 입문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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