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인(logline) 뜻
로그라인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어떤 작품의 줄거리를 한 줄(log line)로 말하는 것을 말한다. 제작자들은 대개 드라마나 영화를 한 줄로 폼나게 말해서 관객들을 훅(hook)하려 든다.
예컨대 기생충의 로그라인은 반지하에 아등바등 살아가던 네 가족이 부자를 숙주로 삼으면 진짜 기생충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이다. 너무 적나라한가? 이건 내가 만든 로그라인이고 제작사가 만든 공식적인 로그라인은 이렇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에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낼, 좀 이상한 가족 이야기.
로그라인과 시놉시스 차이
그에 반해 시놉시스는 영화나 드라마를 총체적으로 압축하여 설명하는 글이다. 시놉시스에는 줄거리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제와 배경 설명, 기획의도, 등장인물 브리핑까지 들어간다. 드라마의 경우는 대개 회차별 줄거리까지 포함한다.
포털에서 영화 줄거리를 시놉시스로 표기하곤 했었는데 잘못된 관행이다. 지금은 그냥 소개로 표기하고 있다. 시놉시스는 관객들을 위한 정보라기보다 제작자를 위한 정보이다. 이 작품이 이 정도면 재미있지 않겠냐, 투자 좀 해라는 광고성 글이니까.
그렇다면, 로그라인은 관객을 위한 한 줄 요약이고 시놉시스는 제작사를 위한 상세한 투자 설명서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작품을 한 줄로 말하는 것을 왜 로그라인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로그라는 단어의 어원과 뜻을 살펴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
로그(log)의 어원과 뜻
로그(log)는 통나무를 뜻하는 단어이다. 옛날에는 통나무에 뭔가를 기록했다. 항해일지도 통나무(log)에 기록했다. 또 바다에 통나무를 띄어 배의 속도를 측정했다. 그래서 로그는 오늘날 기록과 측정의 의미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파생되어 쓰인다.
배를 탄다는 의미로 쓰였던 로그인(log in)은 지금은 컴에 접속하는 의미로 확장되어 쓰인다. 승선이 로그인이라면 하선은 로그아웃이 된다. 컴을 종료하는 것도 로그아웃이라고 한다.
로그파일은 컴에 접속해서 종료하기까지 검색하고 기록하고 등등의 모든 활동 내역이 기록된 파일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이 로그파일을 들여다보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로그파일은 네가 컴에서 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파일이다. OS는 사용자가 컴에서 한 행동을 한 순간도 빠트리지 않고 충실하게 로그파일을 생성한다.
블로그도 로그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웹(web)과 로그(log)가 합성되어 블로그(blog)가 되었다. 웹(World Wide Web, WWW, W3)은 HTTP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HTML로 작성된 하이퍼텍스트를 웹 브라우저 같은 프로그램이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티스토리도 블로그니까 HTML 언어로 작성된다.
수학에서 쓰이는 로그(log)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율과 수를 뜻하는 단어를 합성한 로가리듬(logarithm)에서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율을 뜻하는 말에 왜 로그를 썼을까? 뇌피셜이긴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통나무가 굴러가는 모양에서 비율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로그에서 파생된 단어는 이 외에도 상당히 많다.
오늘 말하는 로그라인(logline)도 위의 로그라는 단어를 차용해서 작품의 줄거리를 한 줄(line)로 기록(log)한다는 의미로 로그라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반화되었다. 관객들은 바쁘니까 두 줄, 세 줄까지 들을 시간이 없다. 또 한 줄로 폼나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대개 내용도 멋진 법이니까.
로그라인엑스 LoglineX
이 블로그의 도메인 주소는 'ilogline.tistory.com'이다. 블로그 제목은 도메인 주소 따라 당연히 '아이로그라인'이라고 해야 하는데 어감이 어쩐지 축 늘어지는 것 같아 그냥 '로그라인'으로 했었다.
그런데, 오늘(정확히는 어제) 블로그 제목을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로그라인엑스'로 변경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메인 주소를 'loglineX.tistory.com'으로 했을 텐데, 그땐 내겐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다. ㅠ
앞서 말했듯 로그라인은 어떤 작품을 한 줄로 말하기이다. 어떤 작품이든 얽히고설키는 이야깃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한 줄로 말하라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나리오를 잘 쓰기 위해서는 로그라인을 잘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건 그저 헛소리다) 로그라인을 잘 뽑아낸다고 해서 글쟁이가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더구나 그건 제작사가 할 일이지 독자가 할 일은 아니다.
작품에 로그라인이 있다면 당연히 당신의 인생에도 로그라인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로그라인, 당신 인생의 로그 라인은 뭐냐? 이렇게 말했을 때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윤동주가 <참회록>에서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라고 했듯이.
인생을 한 줄로 줄이면 묘비명이 된다. 아마도 앞으로는 묘도 없어질 것이므로 당연히 묘비 따위도 없어질 것이지만(우리나라는 마치 산 자들의 나라가 아닌 죽은 자들을 위한 나라인 양 좁은 땅덩어리에 묘가 너무도 많다), 마음속의 묘비명은 사는 동안 부단히 써 나가야 한다. 오역 논란이 많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묘비명은 이미 조지 버나드 쇼가 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사실 조지 버나드 쇼는 따로 묘비명을 남기지 않았다. 화장되었고 묘비도 없었다. 거기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도 심각한 오역이다. 오역도 굳어지면 그만 역사가 되고 만다. 아이러니지만 저 오역을 뛰어넘을 정역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원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아무튼, 당신의 로그라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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