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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 대화에 써먹기 좋은 이야기들

by 로그라인 2022. 10. 15.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 감상문

김주은의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지브레인, 2022)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들과 자연과학, 철학, 의학 등에서 뽑은 흥미로운 사실들과 누군가와 대화하기 좋은 이야기들을 소개한 책이다.

엮은이 김주은 프로필

10여 년 동안 자연과학 관련 일을 하면서 수학과 과학 분야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낀 뒤 4차 산업시대에 수학과 과학의 흥미로운 세상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지은 책으로는 《고대에서 근대까지 알수록 재미있는 수학자들》, 《근대에서 현대까지 알수록 재미있는 수학자들 》, 엮은 책으로는 《수학나라 앨리스》, 《과학으로 보는 오즈의 마법사》 등이 있다.(책날개)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을 읽고 많이 웃었다. 엮은이는 머리말에서 상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의학적 지식들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것들이 많다고 했는데,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수박 겉핥기이고 피상적이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책표지 이미지
책표지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 흥미롭고 짧다

예컨대, 버섯은 식물이 아니라 균이다? 는 항목을 보자.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 63쪽

버섯은 체내에 엽록소가 없고 세포벽에 키틴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균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버섯을 설명한 항목은 위 사진의 내용이 다다. 모든 항목을 군더더기 없이 이렇게 짧게 구성했다. 아마도 길게 설명하면 독자들이 싫어할까 봐 그랬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버섯이 식물이 아니고 균이라고 하자, 또 버섯이 식물보다 동물에 더 가깝다고 치자, 그래서 어째다는 말? 바로 한 방 더 나가는 것이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에는 없다. ㅋ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처럼 정말 악어는 식사 뒤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까? 흥미를 확 끄는 제목이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여 내용을 읽어보면,

악어의 눈물은 식사를 하기 위해 입을 쩍 벌릴 때나 알을 낳는 등 힘을 써야 할 때 흘리는 것이니까 후회하는 척 흘리는 눈물 따위는 없다는 거다. 맥 빠지는 설명이다. ㅋ

그런데 내가 새겨들어야(?)할 항목도 있었다. 알코올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이다. 알코올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것은 주관적인 착각일 뿐, 실제로는 술을 마시면 피부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체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날, 술에 취한 채 공원 벤치나 길거리에서 잠들면 동사할 위험이 크니까 이 항목은 꼭 기억해 두도록 하자. 만취하여 가로등에 옷 걸어 두고 자면 큰 일 난다. 경찰차의 조명을 택시로 착각하고 잡아타도 안 된다. ㅋ

철학의 한 분과, '형이상학'을 설명한 꼭지를 보자. 형이상학의 어원만 보면 물리학적 측면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과 추상적 질문을 다루기 때문에 형이상학은 철학 중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뭔가 애매하다.

현재는 형이상학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인간이라면 여전히 누구나 한 번쯤은 형이상학적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을 거라고 설명을 마친다. 어떤 논쟁? 어떤 고민이란 게 전혀 없다. ㅎ

형이상학 13쪽

형이상학을 언급했다면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물 <형이상학>(김진성 역주, 이제이북스, 2007)[각주:1]에서 소개하고 있는 형이상학이란 명칭의 유래를 요약 발췌하는 정성쯤은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형이상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전체를 제대로 완역한 저작물이다. 형이상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독해 보시길)

그렇게 했다면 도리어 짧고 간단한 글을 원하는 시대 흐름에 반하는 책이 되어 더욱더 독자의 외면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당신이 원하던 잡학사전은 한 시간이면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색한 대화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한 시간만에 찾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투자다.

블로그 제목에 로그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면 왠지 애정도 간다. 작가의 말마따나 아는 척하기 좋은 잡다한 지식이다. 다만, 진짜 깊이 아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 확률도 물론 높다. ㅠ

  1. 지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김진성 옮김, 서광사, 2022)이라는 제명으로 전면 개정되어 출판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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