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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외국소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 단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by 로그라인 2022. 8. 11.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도리스 레싱 단편집 19호실로 가다 수록 작품

도리스 레싱의 단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는 남자와 여자가 일과 연애를 대하는 차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19호실로 가다>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라 리뷰를 남겨 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레이엄 스펜스 같은 남자는 주위에 꼭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 바버라 콜스 같은 여자도 드물긴 하지만 가끔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다. 이는 60년이 지났지만 도리스 레싱의 소설들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이기도 한다. 

노벨 문학상 최고령 수상자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그때 그녀의 나이는 88세였다. 역대 최고령 수장자였고, 여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는 11번째였다.

도리스 레싱은 평생을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서는 작품을 썼다. 그녀의 이러한 성향은 열세 살 때부터 정규 교육을 거분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녀의 장편 소설 <황금 노트북>(1962)은 이제 여성해방 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도리스 레싱의 소개와 다른 작품 작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글 맨 하단 링크 글을 참고하시면 된다.

책 표지
도리스 레싱 단편집 19호실로 가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줄거리

이 단편 소설의 주인공은 그레이엄 스펜스이다. 그레이엄 스펜스는 폭풍처럼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헤어짐과 배신, 그리고 달콤한 화해로 이어지는 결혼생활 20년 차이다. 그는 젊은 아가씨와의 연애로 아내와 이혼 직전까지 갔지만 그게 특별하지 않음을 알았다.

이런 극적인 일이 자신의 상상과는 달리 전혀 독특한 경험이 아닌, 주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걸 알고 굴욕감을 느꼈다.

그의 아내는 작가로서 미래가 창창하지만 가난한 청년, 그레이엄과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는 첫 번째 책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두 번째 책을 냈으나, 지금은 그 책을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 뒤로 그는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서평 쪽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그레이엄은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주점에서 어울리며 여자들에 관한 가십이나 쫓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예술의 변방에서 잔재주를 부려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으로, 즉 다른 사람들의 재능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어보면 대부분 평론가들을 경멸하거나, 경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조롱하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레싱도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을 타인이 재능으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조롱하기는 마찬가지다. 평론가들이 욕먹을 짓을 많이 하긴 하나보다. 예나 지금이나.  

첫 문장

그런 그레이엄 스펜스의 레이다에 어느 날, 무대 디자이너 바버라 콜스가 걸려들었다. 바버라 콜스는 무대미술가 혹은 디자이너로 일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로 충만한 일하는 여성이었다. 일요신문이 개최한 무대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하여 연극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요즘 말로는 셀럽이었다.

그레이엄은 바버라 콜스를 보고는 침대에 꼭 데려가야 할 여자 리스트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물론 바버라 콜스도 남편도, 아이도 있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레이엄 스펜스에게 바버라 콜스에게 접근할 기회가 왔다. BBC에서 바버라 콜스 인터뷰 방송을 그에게 의뢰했던 것이다. 그레이엄은 들뜬 마음으로 그녀가 일하고 있는 무대로 찾아간다.

무대에서 오직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바버라 콜스를 보며 그레이엄은 잃어버린 자아를 깨닫게 되고, 눈물을 흘리며 각성하게 된다. 그런데 그레이엄은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정체성을 통렬하게 깨달을수록 이상하게도 바버라와 자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된다. 

그레이엄은 부드러운 인터뷰를 핑계로 바버라 콜스를 유인하여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는 데 성공한다. 그녀와 술을 마시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 "그녀와 침대에 들어가리라"는 생각뿐이었다.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끝낸 그레이엄은 마침내 바버라 콜스의 집까지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녀의 집에는 마침, 아이들도 없었고, 남편도 없었다. 그레이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제적으로 그녀를 꼭 껴안고, 옴짝 달짝도 할 수 없는 그녀를 거의 30분 동안이나 얼굴이며 목을 핥고 일방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바버라 콜스가 "경찰을 부를까요? 아니면 이웃들이 다 듣게 소리를 지를까요?"라고 해도, 그레이엄은 요지부동이었다. 자포자기한 바버라 콜스가 이윽고 재킷, 치마, 페티코트를 벗고,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섰다. 그녀가 먼저 침대에 눕고, 그도 옷을 벗고 침대로 들어가 그녀 옆에 누웠다. 

바버라 콜스 옆에 눕은 그레이엄은 당신은 지루한 남자라고 열심히 표현하고 있는 여자를 자신이 강간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자 그의 신체 일부가 완전히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슬픔에 젖어 그를 질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레이엄이 아무리 노력해도 직립하지 않자, 보다 못한 바러라 콜스는 노련하게 손을 쓰면서 그를 사정하게 만들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빵 터졌는지 모른다. 바버라 콜스는 이 질척거리는 남자를 한시라도 빨리 떼어내기 위해 한 순간, 관능적인 여자가 되었다. 

최종 후보 명단에서 하나 빼기 단상

작가 도리스 레싱은 <최종 후보 명단에서 하나 빼기>를 쓰던 1960년대는 성적인 관습의 코미디 같은 시기였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고 했다. 이제 그로부터 6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성적인 관습의 코미디는 점점 더 희화화되었으면 되었지 덜 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레이엄처럼 오직 자고 싶은 천 명의 여자 리스트만을 갖고 다니는 남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비율만큼이나 바버라 콜스 같이 자신의 '일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감정 없이 프로처럼 후딱 해치울 능력이 있는 여성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는 것이어서 이 시대는 연애의 낭만이 거의 사라져 버린 사막과도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가 되었다.

도리스 레싱의 또 다른 단편 <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 수전은 바버라 콜스와 같은 일에 대한 열정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 수전의 비극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바버라 콜스처럼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도 없으니, 비극은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도리스 레싱의 다른 단편

19호실로 가다 줄거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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